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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42호(2013.02)

[우린 어떻노 부산 살피기]편집위 인터뷰 : 말하고 싶은 사람, 말하게 하라-부산엠비씨라디오시민세상 제작지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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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사람, 말하게 하라

부산엠비씨라디오시민세상 제작지원팀



기획 : 함께가는예술인 편집부

만난 사람 : 라디오시민세상 제작지원팀

묻는 사람 : 조동흠

사진 : 이장수



제작지원? 만나서 다음 무엇을 하시고 싶은지 듣고 도와드리는 거죠


예, 물어보시면 되는데요? (하하) 지금 우리 대화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하하하)


뭐, 원래 이렇게 수다처럼 하는 게….

2005년 10월 마지막 주에 첫 방송을 했고, 처음에는 다양성보다는 지역이슈라

던가 현안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 역할을 했으면 하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7년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라든가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확장된 것 같아요.


지역이야기를 담아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은?

4대강 이야기도 녹차라떼 같은 큰 이슈가 된 것만 다루기 쉬운데, 우리들 안에서는 낙동강 하류에서 오랫동안 농사지었던 할아버지를 강변에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 본다든가, 문제가 되었을 때 계속 농사를 짓고 싶다는 농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본다든가, 환경단체분과 같이 얼마만큼 훼손되고 문제가 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소리를 담아온다든가 한 것은 되게 생생한 것 같았구요. 더 작게는 우리 동네가 오랫동안 주민모임을 하고 있다, 마을에서 우리만의 도서관을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다, 마을 장기자랑을 한다, 이런 소소한 작은 마을의 이야기들도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중앙이 아닌 부산의 이야기, 더 작게는 구 단위 동 단위,또는 특정 계층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1주일에 한번이긴 하지만, 이것이 그나마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기 때문에 계속 유

지하려고 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과정은 어떤가요?

접수를 우선으로 하구요. 시민사회단체가 현안에 대한 관심이나 입장 표명을 많이 하시니까 사안이 터지고 나면 관련된 단체 쪽에 연락해서 제작을 하시고 싶다거나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연락을 합니다. 하고 싶다고 하면 제작지원을 하는 형태입니다. 시청자미디어센터나 민언련 등에서 미디어교육 강좌를 개설해서 관심있는 분들이 교육을 받고 나서 수료작처럼 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하면 제작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아주 활성화는 안 되어 있지만 문의전화가 제법 옵니다.

자율성이 많이 보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엠비씨랑 같이 하다 보니까 최소한의 틀은 합의되어 있습니다. 지금 현재는 25분분량으로 지역의 이슈나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 또 하나는 사람과 사람이라고 부산시민을 소개하는 것, 마지막으로 엔지오 소식이라고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자기 활동들을 뉴스형식으로 전달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형식은 자유를 지향했으나 일반인에게 방송이라는 게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고 해서 실제로 알아서 하라는것을 두려워하고 이끌어주기를 바라는 분이 많아요. 그래서 제작지원이라는 형식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제작하시고 싶은 분을 만나서 무엇을 하시고 싶은지 듣고 도와드리는 거죠.


국어책 읽듯이 말하는 분들이 대부분일텐데?

국어책 읽듯이 말하는 게 오히려 당연하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해요. 라디오에 처음 나오신 분이 전문 아나운서처럼 하는 것이 더 이상한 거죠. 시민들이 만드는 방송이다 보니까 중요한 의제를 가지고 말할 때에는 좀 딱딱하게 준비해서 저 사람들이 녹음했구나 하는. 하지만 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도 일리는 있더라, 들어보자, 이런 것 같습니다. 인물, 시민들을 소개하는 코너는 현장 소리 등이 전부 그대로 실립니다. 다행인 것은 카메라가 아니기 때문에 아주 자연스럽고 반응도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다양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청자미디어센터가 있어서 좋은데요?

정말 좋죠? 처음에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부산에 생기면서 부산엠비씨에서 프로그램을 열어보겠다고 해서 2005년 10월에, 또 마침 10월이 부마항쟁을 기념해서 아주 무거운 실내악을 배경으로 첫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하마터면 해직언론인들 사랑방 될 뻔 했어요. 운동을 많이 해서 시민들이나 단체가 이 정도 참여하게 된 거죠.

시청자미디어센터가 부산에 온다고 했을 때부터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였죠. 여기가 이명박 정부 이전에만 해도 굉장히 자율성과 독립성이 완전히 보장되었었거든요. 그런데 이명박 정부 이후에 국가기관 중의 하나의 조직으로 들어가 있어서 여기도 자율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되었죠.

이전보다 어려운 점이 많기는 한데, 그래도 지역에서는 해 왔던 게 있고, 지금처럼 공간을 대여하거나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미디어센터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배배소리도 제작지원하던 경배 씨 같은 사람? 또 다른데 연결되어 있는 대학생들이 자기들이 팟캐스터 해보고 싶다고해서 자기들끼리 하는 데도 있구요. 오히려 이걸 하면서 답답한 부분을 느끼고, 또는 이것도 좋긴 좋은데 이것 이외에 곁가지가 좀 필요하지 않나 해서 또 다른 실험들을 하더라구요. 이게 하나의 상이 생기다 보니 지역에서 곁가지를 만드는데, 또 곁가지가 튼실한 줄기가 될 수도 있으니, 그 가능성을 여는 단추는 이 라디오시민세상의 제작지원을 하는 이 그룹이 만들어낸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진짜 언로가 되어야


말하고 싶은 사람을 양산했다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말하고 싶은 사람을 말하게 만들어 주는 게….

진짜 언로가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말할 수 있는 기회, 예를 들어, 학생들 교육을 했었는데, 그 중에 한 친구가 경성대 철학과에 입학했는데, 동기들 40명 중에 한 명이 시각장애인이었대요. 자기도 시각장애인을 처음 만났고, 자기 학교가 특별히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데, 그 친구가 앞으로 어떻게 생활할지 너무 궁금하고, 시각장애인이 왜 철학과를 왔는지 너무 궁금했던 거예요. 니가 궁금한 거 나도 궁금하니 취재 한번 해봐라. 그래서 둘이 같이 밥 먹으러 갈 때 취재를 한 거예요. 이번에 동의대 청소노동자들 경우에 투쟁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은데, 그 한 분 한 분의 삶이 어떤지 궁금하다, 만나보자. 이런 식으로해서 자기가 생활하는 일상 속에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런 기획들을 많이 하죠.


지방말이 촌스럽다는 게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왜 녹음실에만 들어가면 자기 색깔을 버리려는지, 하하

아, 오늘 좋은데. ‘아, 선생님 사투리 좀 그만 쓰세요.’ 이런 애청자들이 있어요.

‘부산인데 부산말 쓰면 안됩니까?’ 이렇게 얘기해요.

사투리 때문에 지적받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어요.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끌고 나갈 생각이신지?

처음에는 공론장 역할이었죠. 항의가 들어오면 반론권도 주고 그런 공론장 역할을 해보자,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시간이지나다 보니, 그런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긴 하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필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내 삶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라디오 방송, 미디어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삶이 너무 팍팍해져서, 옛날에는 교육을 받고 제작도 한번 해 보겠다는 분들이 계셨는데, ‘요즘은 먹고 살기도 힘든데 교육은 뭐하러 받노.’ 마음을 여는 것조차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시민이 만드는 방송이 지향하는 대로 표현의 자유라든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전하는 소통의 도구라든가 이런 걸 하기 위해서는 자기만 의욕을 갖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사회문제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같이 상승되어야만 이게 어우러질 것 같은데, 과연 앞으로 펼쳐질 시대적 분위기가 이전보다 좋아질 수 있을까 의문도 들고 걱정도 됩니다. 하지만 어쨌든 우리는 그런 목소리를 담으려고 발로 많이 뛰어야 되고, 무엇보다 지역문제에 관한 관심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고민과 공부가 필요하고 또 애를 써야겠죠.


올해 꼭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최근 마을 단위의 활동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마을 신문이나 지역에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는 장으로 라디오 시민세상을 일부 할애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차피 지역의 이슈들은 많을 거니까, 오페라하우스, 북항문제, 한진중공업문제, 중소상공인의 문제건 큰 이슈지만여전히 삶은 지속되기 때문에 풀리지 않고 여전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들이 그냥 흘러가고 있잖아요? 그런 지점들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꺼리들을 그때그때 시민들에게 알리기도 하고, 그때 중심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잘 알리도록 돕는 그런 것들도 잊지 않고 잘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