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하자]내가 생각하는 '좋아요'를 말해보자!-<육하원칙>편

기획 : 김덕원 kkedoc@naver.com ㅣ 참여작가 : 공성연, 김주찬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래 하자

 

중앙동 카페에서 첫 모임을 가졌다.

 

공성연 : 우리가 뭘 하면 되요?
김덕원 : 잡지 호 주제와 맞는 작업을 하면 되요. 이번 주제는 좋아요입니다.
김주찬 : 꼭 순수사진 해야 되요?
김덕원 :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요.
공성연 : 꼭 사진으로 해야 되요?
김덕원 : 정해진 것은 없어요. 그냥 주제와 맞는 작품을 하면 되요. 한 명당 한 작품씩 만드는 거예요.

 

그날 우리는 다음 모임에서 주제를 정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일주일 후 서면 카페에서 두 번째 모임을 했다.
세 명이서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중 김주찬이 말을 꺼냈다.

 

김주찬 : 육하원칙으로 해보는 건 어때요?
공성연 : 육하원칙?
김주찬 :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이렇게 있잖아요. 이걸로 이야기를 만드는 거에요.
김덕원 : 그거 좋겠네요. 한 사람당 두 개씩 가져서 이야기를 만들면 되겠어요.
김주찬 : 어떻게 나누죠?
공성연 : 사다리타기 해요. 제가 그릴게요.

 

김덕원 - 그가 무엇을
김주찬 - 언제 어디서
공성연 - 왜 어떻게!

김덕원 : 잘해보아요. 우리
김주찬, 공성연 : 네

신고
Posted by 어니스트

 [긁적긁적, 독립영화 뒤통수 긁어보기]

이성욱 감독의<소녀들>-환상이 살아 숨쉬는 동물원

기획 : 임태환 xlros0000@naver.comㅣ 사진 : 김덕원 kkedoc@naver.com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성욱 감독의 ‘소녀들’ - 환상이 살아 숨 쉬는 동물원


이성욱 감독의 ‘소녀들’에는 소녀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영화에는 소녀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민망한 5,6살 꼬마와 예순은 족히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등장할 뿐이다.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소녀들’일까? ‘소녀들’이라는 제목 아래에는 old tears라는 부제가 따라 나타난다. old tears? 굳이 한국말로 번역하면 ‘오래된 눈물’인데 뭔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골치 아프게 제목 뜻풀이에 머리 굴리지 말고 편안하게 영화를 들여다보자.

 

케이블카 안에는 할머니와 손녀 혜민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카메라는 케이블카가 내려가는 도중에, 도시의 풍광을 담아낸다. 하늘은 화창하고 날씨는 짜릿한 산들바람이 불고 있을 법한 좋은 날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배경 소리는 음흉하다 못해 사람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소리다. 뭐지 이 소리? 그 순간, 천진난만한 표정의 혜민이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여기서 오는 묘한 기분은 뭐라고 표현하기 힘들지만, 티 없이 맑은 아이의 얼굴과 침침한 소리가 섞여 왠지 모를 몽환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다고나 할까? 이 케이블카가 언제부터 이런 몽환스러운 공간이었지?

 

영화 속에 나타난 케이블카는 금정산 케이블카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 웬만한 부산 사람이라면 동래 온천장에 위치한 ‘금강공원’에 한번쯤은 가봤을 것이다. 금정산 케이블카는 바로 이 ‘금강공원’에서부터 금정산 남문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부산에서는 꽤 알아주는 명소 중 하나다. 그런데 사실, 내가 가 본 금강공원은 영화에서 비춰진 것처럼 환상적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금강공원은 그저 시민의 쉼터 혹은 놀이기구가 있어 아이들이 엄마아빠 손잡고 나들이하기 좋은 공간일 뿐이었다.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그것을 지켜보는 엄마아빠가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드는 곳, 그리고 등산을 마친 등산객들이 내려오거나 이제 등산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지나쳐가는 곳이었다.

 

어쨌든 영화는 계속된다. 혜민은 나무 밑에 죽어있는 매미를 주워 호주머니에 넣고 할머니와 함께 어디론가 향한다. 혜민이가 도착한 곳은 ‘텅 빈 동물원’이었다. 다람쥐 새끼 한 마리 안 보이는 그곳에, 할머니는 손녀를 데리고 온 것이다. “여기에 예전에 혜민이가 좋아하는 코끼리, 호랑이, 무서운 악어도 살았데이.”라고 말하면서. 코끼리가 살았다는 그 큰 웅덩이에는 이제 잡초만 무성하다. 그러나 호랑이와 코끼리의 몽환적인 울음소리가 그 텅 빈 웅덩이에 깔리면서,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상상력과 환상이 그 ‘텅 빈 동물원’을 채운 것이다. 

 

나는 어린 시절, 성지곡 동물원에 가 본 적 있지만 금강 동물원에는 가 보지를 못했다. 금강 동물원이 94년부터 경영 위기에 빠졌고 2002년에 묻을 닫았으니 88년생인 나는 금강 동물원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없는 세대인 셈이다. 그러나 동물이 살고 있지 않는 동물원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뿐만 아니라, ‘소녀들’ 속에서 구현된 ‘텅 빈 동물원’의 매혹적인 분위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금강 동물원에 찾아가 보기로 했다.

 

금강 동물원을 찾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금강 공원 입구에서 오른쪽 길을 따라 조금만 걸으니 동물원 입구가 나왔다. 그곳은 이미 오래 전에 철거가 되서 동물원이었다는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동물원으로 들어가는 길은 약 1.5미터 높이의 검은 철문으로 막혀 있었다. 나는 이곳을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누군가 나를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동물원 입구에서 나와, 왼쪽 방향으로 인도를 따라 조금만 걸으니 금강사라는 절이 나왔다. 그 절 옆에 있는 샛길을 따라 올라간다면 ‘텅 빈 동물원’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막상 내가 간 곳은 ‘텅 빈 동물원’이 아니라, 그냥 ‘텅 빈 곳’이었다. 다시 말해, 동물원의 흔적은 도저히 찾기가 힘들었다. ‘아무거나 던져 주지 마세요.’ 같은 경고판만이 이곳이 예전에 동물원이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미친 처녀 귀신이 풀어헤친 푸석한 머리카락처럼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엉켜있는 길을 헤메다가 낡은 건물 앞에서 밭일을 하고 있는 아저씨를 만났다. 나는 무심히 그곳을 지나치려고 했지만 아저씨의 말이 나를 가로막았다. “여기 올라가면 안되요. 개인 사유지라서 마음대로 올라가면 안 됩니다.” 그래서 아저씨 몰래 다른 길을 만들어 올라갔다. 다행히 몇 발자국을 옮기니 코끼리, 호랑이, 악어가 살았다는 영화 속 큰 웅덩이가 보였다. 이곳에 과연 무엇이 살았을까? 아무래도 이 깊은 웅덩이에 코끼리가 있었을 리는 만무하고 악어 정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곳에 악어는 없고 푸른 잡초만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영화 속 혜민이에게는 엄마가 없다. 엄마는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혜민이는 할머니와 아빠, 단 셋이서 산다. 아빠는 매일 술 먹고 늦게 들어와 자기와 잘 놀아주지도 않아서 혜민이는 오직 할머니와 함께 외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할머니도 뭔가 심상치 않다. 혜민이가 보기에 할머니와 놀이기구 아저씨가 왠지 그렇고 그런 사이인 것처럼 느껴진다.

 

혜민이는 ‘텅 빈 동물원’에 갔다 온 뒤, 스케치북에 호랑이, 코끼리, 악어 등으로 꽉 찬 동물원을 그린다. 할머니와 함께 거실에서 밥을 먹으면서 그림을 그리는 혜민이는 할머니의 잔소리에 그리기를 중단한다. 그날 밤도 어김없이 아빠는 술에 취해 늦게 들어오고 엄마 없는 혜민이는 점점 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러다 문득, 혜민이는 손으로 나비 모양을 만들어 그림자 놀이를 한다. 그림자는 두 개, 세 개, 네 개로 늘어나고 혜민이가 스케치북에 그렸던 동물들이 살아나 거실 쇼파 위를 구르며 장난친다. 이 장면은 실사 위에 애니메이션이 겹쳐지면서 가장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혜민이의 상상이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혜민이와 할머니는 그 다음 날 다시, 공원을 찾는다. 혜민이는 어제 주웠던 매미를 땅 속에 묻어준다. 그리고 놀이기구 아저씨는 “공짜로 한 번 태워줄게, 이거 안전벨트 딱 차고 타면 재미있다.”라고 말하며 할머니에게 놀이기구를 타보라고 한다. 할머니는 혜민이가 놀이기구 타는 것을 무서워한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아저씨는 막무가내다. 어쩔 수 없이 할머니는 혼자 놀이기구를 타지만 표정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놀이기구는 빙글빙글 돈다. 빙글빙글 도는 놀이기구 따라 주변 풍경도 빙글빙글 돈다.

 

‘텅 빈 동물원’ 구경을 다하고 내려오는데, 검은 철문 앞에서 40대쯤 되어 보이는 중반 남녀를 만났다. 남자가 내게 불쑥 말했다. “어, 거기 나가는 길도 없는데 거기서 뭐하요?” 다소 공격적인 말투에 나도 모르게 얼버무리며 대답했다. “아, 그냥 뭐 확인할 게 있어서요.” 확인? 동물도 없이 우거진 잡초와 나무만이 무성한 ‘텅 빈 동물원’에서 뭘 확인하겠다고? 단어 선택을 잘못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 아저씨가 다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내게 물었다. “아니, 동물도 이제 없는데 거기.” 나는 당황하며 “동물원 흔적이라도 구경하려고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아저씨는 “흔적? 허허허”하고 웃으면서 자리를 떴다.

 

아저씨가 가고 난 뒤, 나는 돌아서 길을 나갈까 아니면 그냥 철문을 뛰어 넘을까 고민했다.  결국 나는 철문을 뛰어 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다가 철문 위쪽 고리에 바지 가랑이가 걸려 보기 좋게 자빠졌다. 나의 기막힌 운동 신경이 아니었다면 다리 하나는 족히 부러졌을 것이다. 바지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금강공원 입구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나는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할머니가 탔던 전투기 놀이 기구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주위를 둘러보니, 할머니와 혜민이가 앉아서 쉬던 벤치가 사라지고 없었다. 영화가 만들어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곳도 어느새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금강공원은 활기가 넘치는 상쾌한 곳이었으나, 그 바로 옆에는 이미 폐허가 된 동물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영화가 이 두 공간을 두루 보여준 것처럼 나도 이 두 곳을 두루 살펴보았다. 활기차고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에 있다가 갑자기 헐벗은 건물과 풀어헤쳐진 나뭇가지 그리고 녹슬어버린 경고 문구를 보았을 때, 나는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혜민이가 황폐한 동물원을 천진난만한 상상력으로 되살려 내고 있을 때, 그리고 죽은 매미를 주워 다시 땅 속에 묻을 때, 그 똘망똘망한 눈망울에서 별다른 감정을 발견할 수 없을 때도, 나는 혜민이의 순수한 환상에 동화되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를 갈등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나는 신기하게도 이 줄타기 속에서 중심을 잘 잡고 버티고 있었다. 혜민이의 환상에 동화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그 환상을 내치지도 않았다. 영화 속, ‘텅 빈 동물원’에 울려 퍼지던 동물의 울음소리는, 그 공간을 죽은 공간도, 그렇다고 생기있는 공간도 아닌, 죽음과 생명, 과거와 현재, 환상과 현실이 공존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환상이 살아 숨쉬는 공간. 금강 동물원은 나에게 그런 느낌이었다.


 

신고
Posted by 어니스트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