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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39호(2012.08)

[독자에게 보내는 리듬] 바다가 보이는 종점

[독자에게 보내는 리듬]     곡, 글 : 박기태 _ kiraeda@naver.com

 

바다가 보이는 종점

 

                            

 

 

 

96번 버스 종점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종점을 나서면 바로 다대포 해변이 나오는 것이다. 죽이는 종점이지. 96번뿐만이 아니라 내가 살았던 다대동 쪽으로 가는 버스들은 다 이 종점을 향한다. 그래서 다대, 장림에 사는 사람들이 늦은 밤, 술에 취해 내릴 정거장을 놓치고 비몽사몽 간에 몸을 일으키면 이 바다가 보이는 종점에 내리게 되어있다.
대학 시절 한창 술 마시고 다닐 때 심심찮게 이 종점에서 잠을 깨곤 했었는데, 씨발 씨발 자책하며 종점을 나설 때 나타나는 밤바다에 그나마 마음이 풀어지곤 했다.
당시만 해도 다대포 해수욕장은 덜 개발 되어 있어 광안리나 해운대의 밤처럼 북적거리지도 않았으니 조용히 걸을만했었다. 담배 꼬나물고 혼자 멋 부리며.
지금은 뭐 아파트도 엄청 생기고 술집도 많이 생기고 아시아에서 제일 큰 분수까지 있다 하니 늦은 밤이라고 해서 혼자 밤바다를 즐길 분위기는 아니겠다. 어차피 뭐 술 취해 종점까지 간다 해도 택시 탈 것이고… ㅎㅎ

사실 다대포 백사장은 전국에서 제일 넓은 백사장이라 저 멀리에 파도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고 어두운 밤이라 바다가 잘 보이지도 않는다. 바다 냄새와 기운을 느꼈을까? 어쩌면 그저 여기에 바다가 있다는 나의 인식일 뿐이기도 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