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소설]하나도 안 좋지만 늠름한 이병욱 씨를 보라
글 : 배길남 rakesku@hanmail.net ㅣ 일러스트 : 유미선 http://blog.naver.com/qqwe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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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도 안 좋지만 늠름한 이병욱 씨를 보라
오늘도 철수와 병욱은 박사장 네 호프집에 죽치고 앉아 야구중계를 보고 있는 중이다. 병욱이 전화기를 한참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고 담배를 입에 문다.
“야, 이것 좀 봐라. 기분 나빠 죽겠다는데 뭐가 좋단 말이고?”
철수가 스마트폰의 페이스북 화면을 내밀며 병욱에게 말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을 시작한 철수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이병박 님 외 4명이 김철수님의 상태를 좋아합니다.’란 말이 적혀있다.
“아, 그거 그냥 글 내용이 좋다는 거 아이가?”
“그래도 그렇지, 기분 나빠 죽겠구만 좋긴 뭐가 좋다고….”
“‘좋아요’해주면 좋아요~, 하면 되지 뭔 잔말이 그리 많노?”
병욱이 TV화면으로 얼굴을 돌린 채 귀찮다는 듯 핀잔을 던진다. 철수의 얼굴이 전투모드로 바뀌려는데 옆에 앉아있던 강선배가 한마디 거든다.
“뭐? 페이스북? 그거 문제 많데이. 이봐라, 이거 좀 봐바라.”
철수가 고개를 내밀어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강신수님에게서 친구요청이 왔습니다.’
“선배 아들래미가 강신수 아이가?”
“그라이까! 아들이 아버지한테 친구 묵잔다.”
“아, 별것도 아인 거 갖고 전부 난리고? 그냥 거기서 쓰는 용어지. 애초에 하지를 말던가….”
병욱이 또 한 번 핀잔을 던지자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노려본다.
“니, 뭐 페이스북에 돈이라도 묵었나? 그라이까 우리는 용어에 문제가 있다, 이 말 아이가? 말끝마다 까칠하이 시비고?”
철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선배가 한마디 더 얹는다.
“이 자슥이 장가도 못 가 놓이까 괜히 질투나서 그라겠지. 장가도 못간 어린 노무 새끼.”
“선배, 여기서 장가가고 못 가고가 와 나옵니꺼?”
TV에서 고개를 돌린 병욱의 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더니 다짜고짜 철수를 손가락질 한다.
“그라믄 철수 임마는 이혼했으이까, 돌아온 어린 노무 새끼가?”
“에이씨, 와 또 내한테 지랄이고?”
“됐다, 마!”
병욱이 테이블을 쾅 치고 밖으로 나가자 강선배가 한 마디 한다.
“선배한테 하나도 지주는 기 없다. 저 봐라, 눈에 불을 키가…. 쯧쯧쯧!”
“이혼이 아이라 별거라 해도 저 자슥이…. 근데 점마, 무슨 일 있는 거 안 같애요?”
바깥에 나온 병욱은 씩씩거리다 담배를 입에 문다. 오늘 하루 페이스북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또 화가 치솟는다.
“제기랄….”
이틀 전 소개팅에서 만난 아가씨가 페이스북 친구추천에 떠 있던 게 화근이었다. 문자나 전화가 쑥스러워 일단 친구요청을 하자 아가씨 쪽에서 친구수락을 해왔다. 병욱의 입에는 저절로 미소가 번졌었다. 오늘따라 맑은 날씨에 깔끔한 풍경사진을 게시하자 금방 ‘좋아요’가 떴다. 소개팅녀였다. 소개팅녀 쪽에서도 점심으로 먹은 파스타 사진이 떴다. 병욱도 물론 ‘좋아요’를 날렸었다. 오후 3시쯤 되자 병욱의 모든 신경은 소개팅녀에게 가 있었다.
전화를 해? 문자를 보내? 카톡을 날려?
병욱은 오랜 고민 끝에 페이스북의 메시지를 이용하기로 했다.
‘점심 파스타 맛있었어요?’
4시가 되고, 5시가 되고 6시가 되어도 메시지의 답은 없었다. 아마,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에 있나 보다. 그냥 문자를 보낼 걸…. 병욱의 속이 타들어 갔다. 박사장 네 호프집으로 나오라는 철수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한 번 깜짝 놀라긴 했었다. 호프집에서 철수를 만나자 마자 병욱은 소리쳤었다.
“씰데 없는 거로 연락하지 말고 전화를 해라, 전화!”
TV의 야구중계를 보자 몇 년 만에 1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가 1회부터 삼성을 씹어 먹고 있었다. 오늘은 야구에도 흥이 나지 않았다. 그때 페이스북 알림창이 떠올랐다. 소개팅녀였다! 병욱은 철수와 강선배의 눈치를 보며 메시지를 확인했다.
‘좋은 여자 만나세요.’
아아…! 병욱은 전화기를 한참 쳐다보다 한숨을 내쉬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모양 그 꼴일 때, 철수가 이런 질문을 던졌었다.
“야, 이것 좀 봐라. 기분 나빠 죽겠다는데 뭐가 좋단 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