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인터뷰] 부산 민족과여성역사관을 아십니까?
기획 : 신동욱 woogy0213@hanmail.net
사진 : 이장수 leeseeda@paran.com
묻는 이 : 함께가는예술인 작은편집장 신동욱
대답한 이 : 사단법인 정신대문제대책부산협의회 관장 강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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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신 : 여기 찾아오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주변 사람들도 잘 모르는군요?
강 : 네, 어떤 분들은 코앞까지 와서도 건물 입구를 못 찾으시는 분들이 있어요. 입구가 워낙 눈에 잘 안 띄게 되어 있으니까요.
신 : 매표소 같은 것도 없고….
강 : 저희는 무료입장이라서요, 매표소가 필요 없어요.
수영 지하철역에 내려서 부산은행 쪽으로 나와 쭉 가다 보면 나오는 작은 할인마트 건물의 2층. 3층엔 독서실이 하나 있는 벽돌 건물. 건물을 찾아가는 길에 주민을 붙잡고 위치를 물어보았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모른다’였다. 스마트 시대의 도움을 받아 겨우 찾아간 부산민족과여성역사관은 그럴듯한 이름에 걸맞지 않은 외양이었다. 할인마트 입구 옆에 있는 유리 현관을 지나 컴컴한 계단을 하나 올라가, 새어나오는 사무실 불빛을 보고서야 비로소 확신이 들었다. 그곳의 회장인 김문숙 씨와 함께 2004년부터 역사관을 지켜온 관장 강화숙 씨가 취재팀을 반겨주었다.
1.
신 : 사실 다음 아고라에서 역사관 유지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매표소가 없어도 되나요?
강 : 공짜로 해도 많이 안 오는데, 돈 받으면 누가 와서 보겠습니까. (웃음) 그저 한 명이라도 더 들러주시고 방문해주시기만 바라죠. 돈 받고 입장시킬 생각은 해 본 적 없어요. 애초에 이 일을 시작할 때도 수익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신 : 이 일은 어떻게 시작하신 건지요.
강 : 회장님은 그 이전엔 여성 인권과 관련된 일을 많이 하셨던 분이세요. 91년에 회장님이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를 처음 접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일본군 강제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찾으러 다녔어요. 그렇게 할머니 열 분을 모아 93년과 94년에 일본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시모노세키 재판이 열린 거죠. 그 재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다른 것보다 일본군 강제위안부 사실에 대해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그렇게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에 대해 계속 관심을 두다가 2004년에 처음으로 역사관을 짓자는 말이 나왔어요. 젊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목적에서였죠. 그렇게 회장님 자비를 털어 역사관을 짓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돈으로 리모델링 비용을 포함하여 1억 6천만 원 정도 들었습니다. 시 지원비는 연간 700만 원 정도 나오고요. 책을 출판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돈이지요. 후원금이 들어온 적은 없고요. 회장님의 자녀분들이 용돈 개념으로 돈을 넣어주십니다. 그 돈도 조금 보태고, 이 돈도 조금 보태고 해서 겨우겨우 운영하고 있죠. 저는 이 건물 건너편에 있는 여성상담소에서 일했는데, 회장님과 마음이 맞아 일을 같이하게 되었고요. 가까이에 있는 것이 좋겠다 해서 이 건물에 기념관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신 : 혹시 회장님께서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받으신 것은 아닌가요?
강 : 네, 회장님은 아니고요.
2.
신 : 지금 현재 부산에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이 얼마나 계신가요?
강 : 파악된 숫자는 세 분입니다. 경기도 나눔의 집에는 여덟 분이 계시고요. 그러나 더 많을 수도 있어요. 결혼하신 후에 일본군 강제위안부였던 사실을 어떻게 밝힐 수 있겠어요.
신 :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강 : 지금 저희가 하고 있는 일이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일이죠. 구체적으로는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시고 효도관광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해요. 올해는 5월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 중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이 계세요. 연세가 많으셔서요. 그래서 몇몇 가능한 할머니들과 홀몸노인들을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신 :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요.
강 : 시에서 지원비를 조금 받았습니다. 사업비 명목이죠. 220만 원 가량의 지원을 받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신 : 일본군 강제위안부 할머니들이 어떻게 지내고 계시는지도 궁금하네요.
강 : 딱히 별일이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연세가 많으시니까. 건강이 좀 걱정되네요. 그리고 국가에서 한 달에 십만 원도 채 되지 않는 비용을 보상으로 받고 있어요.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국가에서 좀 더 신경을 써줘서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을 빨리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 : 역사관의 연간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강 : 지금 보고 계시는 사진전을 일 년에 한 번 정도 진행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죠. 저희가 각 학교에 출강을 가기도 하고, 학생들이 찾아오면 설명을 해주기도 합니다. 보시다시피 인적으로 보나 물질적으로 우리 역사관이 굉장히 열악해요. 역사관에는 회장님과 저를 포함 총 세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한 명은 연수생입니다. 구청에서 로테이션으로 일할 수 있는 연수생을 넣어주거든요. 하지만 이나마도 3개월짜리 로테이션이다 보니 일 할 만하면 가버리는 실정이죠. 회장님은 올해로 연세가 85살이세요. 일을 책임지고 할 만한 사람이 부족합니다.
3.
신 : 얼마 전 다음 사이트 아고라에 민족과여성역사관 폐관 위기라는 글이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강 : 그래서 최근엔 조금 손님들이 오는 것 같아요. (웃음)
신 : 모금 운동을 같이 하는 것 같았는데요.
강 : 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짧은 시간에 목표 금액을 채웠어요. 5개월 치 월세가 해결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도 모금 운동을 통해 사람들이 역사관 존재를 알게 되어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신문에도 많이 기사가 났거든요.
신 : 인터넷 기사에 참 나쁜 댓글이 달렸었는데, 보셨나요?
강 : 어떤 댓글 말인가요?
신 : 지원금 받으려고 여론몰이를 한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었어요.
강 : 저희는 그런 거 잘 몰라요. (웃음) 여론몰이 할 만한 사람도 없고.
신 : 정말로 폐관을 고민하셨던 거군요.
강 : 전기세 아끼려고 기념관의 불을 끄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정말 심각하게 폐관을 고민했습니다. 폐관할 수밖에 없겠다 싶어서 여기 있는 자료들을 넘기려고 했어요.
신 : 시에 기증하시겠단 말이죠?
강 : 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다른 공간을 내 줄 수 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시에서도 그렇고, 구에서도 별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닫으려면 닫으라는 반응이었죠. 그래서 저희는 아깝지만, 자료를 넘기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일단 지금은 당분간의 월세가 해결되었지만요.
신 : 폐관에 대해선 대체로 어떤 반응들이 있었나요?
강 : 이사벨고등학교의 어떤 여학생이 일본군 강제위안부를 소재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폐관 위기 소식을 듣고는 저에게 울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한 차례 하소연을 털어놓은 뒤에 시청 여성정책과에 직접 찾아갔나 봐요. 시장님 면담 신청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작은 행동들이 저희한테 큰 힘이 돼요.
신 : 이런 기념관이 전국에 몇 군데 있나요?
강 :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는 여성가족부 담당입니다. 서울에 하나 있는데 지원을 조금 받는다고 알고 있어요. 대구와 통영 등에도 나름의 단체가 있지만, 역사관을 갖춘 단체는 없습니다.
4.
신 : 평화 포럼이 뭔가요?
강 :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라는 조직 속의 포럼입니다. 회장님이 거기 회원으로 계시면서 활동하고 계세요. 내년엔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고요. 올해는 도쿄에서 열려서 회장님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아시아권 8개국이 모여서 일본의 교과서 문제와 역사인식들을 공유하는 자리죠.
신 : 힘들게 버텨오셨는데, 곧 10주년을 맞이하실 수도 있겠네요.
강 : 그렇죠. 올해로 8년째이니까요.
신 : 재정적인 어려움 말고 다른 문제는 없으신가요?
강 : 없어요. (웃음) 학생들이 공부하러 많이 와 줬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신 : 올해 프로젝트는 다 마무리된 건가요?
강 : 시에서 선거 전까지 모든 사업을 다 마무리하라고 하더라고요.
신 : 기념관이나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강 : 기념관을 만들고 8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습니다. 세월의 힘을 무시할 순 없죠. 그 힘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저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국민이 꼭 힘이 되어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요즘 학생들이 애국심이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런 부분들을 개선해나가는 것이 저희 몫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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