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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39호(2012.08)

[시부리다] 먹거나 먹히거나 여의도 협동조합

[시부리다]   글 : 박후기 emptyhole@hanmail.net

 

먹거나 먹히거나 여의도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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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어댄다. 주야장천 먹고 싸고 삼키고 내뱉는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 흘러나오고, 틈만 보이면 어김없이 반칙을 한다. 상대의 귀를 물어뜯거나 돌아선 자의 등을 치는 일은 오히려 사소한 일, 밤늦도록 씹고 마시고 주먹을 날리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심야식당을 찾아 다시 새벽까지 피 묻은 잔을 돌리며 술을 마신다.
  오늘 밤은 언제나 파이널 라운드. 있는 힘 다해 적금 붓고 보험 들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짓, 어차피 한방인 인생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그들은 점잖게 말한다.
  눈먼 관객들은 피 터지는 그들만의 리그를 보며 끝없이 열광할 뿐, 눈앞에서 벌어지는 반칙과 그 반칙을 가려주는 심판의 검은 손을 눈치채지 못한다.

 

 

  여의도 정치판만 보면 끝이라는 생각, 종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텅 빈 버스는 누구를 위하여 벨을 울리나?
  밥 먹고 사는 일을 핑계로 투표 안 하고 잠깐 졸았더니, 어느새 종점이더군. 더군다나 막차라니…….
  벤저민 버튼의 시계만 거꾸로 흐르는 게 아니었어. 여의도 정치 종점 벽에 걸린 주발(周鉢 : 놋쇠로 만든 밥그릇) 시계 역시 역사를, 민주주의를 거꾸로 돌려놓고 있는 거라.
  배드민턴 치자고 꼬셔. 커피 한 잔 하자고 불러. 동네 한 번 걷자고 꼬셔. 넌 한 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라고 버스커 버스커가 노래 불렀잖아.
  선거 때만 되면 살살 꾄다는 걸 알면서도 국민은 한 번도 그래 안 된다는 말이 없었지…….
  종점이라, 그래 2012년 12월 19일이면 우린 종점에 서게 될 거야. 이번 선거야말로 막차를 타거나 첫차를 타거나 둘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될 테니까.
  불 꺼진 막차에서 쫓겨 내려와 또다시 캄캄한 절망의 어둠 속을 5년 동안 걸어갈 것이냐, 아니면 어둠을 뚫고 달려온 희망버스 첫차를 타고 내일을 향해 달려갈 것이냐 이것이 문제인 것인데, 정말 문제인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