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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39호(2012.08)

[돌발기획 청년예술가 에프씨]나도 결혼하고 싶다!

[돌발기획 청년예술가 에프씨]   글 : 구태희 kttk199@gmail.com  

 

 나도 결혼하고 싶다!

 

 

 

 

 

 

어이~ 하늘!
구멍이 뚫렸어? 왜 이렇게 미친 듯 비가 내리는 거야? 창문 밖으로 들리는 빗소리에 괜히 외로워지잖아. 하나 둘 불 꺼진 길거리까지 날 더 외롭게 하잖아. 괜히 센티멘털해지고 입에서 욕만 나오잖아. 아~ 짱나. 마~! 하늘! 이야기 쫌 해봐! 인생이 뭐야? 성공하는 인생 말야? 쫌 안 외롭고 행복할 방법 말야! 거 왜 많은 드라마 속에서 로맨스의 절정은 결혼으로 묘사되곤 하잖아. 인생에 종점이 결혼이야? 누구는 결혼이 좋다 말하고, 누구는 인생 끝이라 말하고 도대체 누구 말을 따라야 하는 거야? 근데 말야, 난 결혼을 하고 싶어. 작은 집이라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이쁜 찻잔 두 개와 칫솔 두 개가 꽂혀있는 욕실. ㅋㅋㅋ 근데 연애도 쉽지가 않아. 아 썅! 나한테 문제가 있냐고? 전혀! 네버! 그럴 리 없어. 난 아주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이니까!!! 오늘은 결혼 그리고 여자 이야기를 해볼게. 니가 생각 쫌 해봐! 그리고 전적으로 내 기준에서 이야기하는 거니까, 토 달지 마!


환상의 로맨스!
티브이 드라마 속 자알~생긴 40대의 신사들은 품격만큼이나 경제적으로도 성공했어. 얼굴도 잘생겨, 돈도 많아, 인기도 많아. 거기에 알콩달콩 로맨스까지. 배알이 꼬인다구. 뭐 저따위야! 에이씨~ 그 따위 환상의 로맨스는 멍멍이한테나 줘 버리라구! 저런 거 땜에 더 힘들어, 대한민국 남자들이!
“환상에 젖어 있는 대한민국 여성들이여! 깨어나라!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라고 외치지만 C발 왜 부러운 거지. 저놈에 40대들~ 그뿐인가 드라마 속에서 어찌나 신데렐라 환상을 심어주는지 온통 돈 많은 남자, 집안 좋은 남자, 키 큰 남자, 잘 생긴 남자만 인정하고 찾는 여자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거 어떻게 해야겠니? 확! 방송국을 없애버릴 수도 없고 말야. 제발 환상을 심어주지 말라구!!!

 

화성 남자? 금성 여자?
남자들이 패션에 조금 뒤떨어질 수 있어! 화장하는 남자 많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대한민국 인구 중 몇 프로나 되겠어?
남자들이 헬스장 갈 때도 운동화, 일할 때도 운동화, 학교 갈 때도 운동화, 바다 갈 때도 운동화 싣는다고 머라 하고, 남자들이 하이힐 구분 못 한다고 머라 하는데, 그러는 너희 여자들은? 자동차 구분하니? 이건 무식하고 매너가 없는 것이 아니라 그냥 차이일 뿐이야. 남자들이 지리에 좀 더 발달해 있는 것처럼 말야! 좋은 남자는 여자에게 맞춰주고 배려하는 것이고, 나쁜 남자는 맞춰주지 않는 남자이니? 제발 차이를 차별하지 말라구!!!

 

바쁜 게 인생이다!
난 말야! 해야 하는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욕심쟁이야. 그리고 나의 직업 특성상 저녁에 회의가 잡히기도 하고, 주말에 일하기도 하지. 근데 말야! 그게 잘못이야? 그게 헤어질 만큼 문제인 거야? 첨 사귈 땐 다 이해할 것 같이 말하더니 시간이 지나면 내가 변했데. 뭐가 변해? 뭐가? 난 똑같은데. 순전히 지 맘이 식은 거 아냐? 그리고 이따위 핑계로 이별 통보를 하는 여자! 맘에 안 들어! 완전~ 싫으다! 직장 다니면서 회의 없고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어? 자신의 생활 패턴과 다르면 상대방은 바쁜 사람이야? 이거 무슨 개뼈다귀 던지는 소리야? 그리고 서로가 약속을 정해 놓았는데 갑자기 일이 생겼어. (물론 친구를 만나거나 노는 약속이 아니라, 돈을 벌어야 하는 업무로 일이 생겼을 때 말하는 거야) 그럼 못 만나는 거 당연한 거 아냐? 물론 약속해 놓고 못 지킨 건 미안하지만 그렇다고 일 버려두고 만나야 하는 거야? 누가 속 시원히 대답 쫌 해봐! 연애 때문에 내 일을 버려두면 난 뭘 먹고 사냐고? 연애할 때 밥 사주고, 영화 보러가는 건 무슨 돈으로 하냐고? 내가 돈 안 벌면 상대방이 다 해주나? 그럼 나 모든 걸 그 사람에게 맞춰줄게. 그런 사람 있음 나와 봐! 제발 쫌!!!

 

여성을 찾습니다!
여자는 여자로 잊는다? 그럼 소개 쫌 시켜줘! 말만 하지 말고! 누군가 그러더라.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은 공무원이나 교사가 직업인 사람을 만나야 활동을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요즘 공무원이나 교사가 우릴 만나 주냐고? 그런 사람 있음 소개를 해주고 그런 말 하던가!
남자들이 여자를 만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학업에 취업에 정신없이 20대를 보내고 결혼하고 싶은 30대가 되면 마땅한 사람이 안 보여. 세상에 반이 여자라고? 헛소리하지 말라고 해! 통계청이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30대 인구 중 남자 미혼율이 37.9%로 10명당 4명꼴로 결혼을 못하고 있어! 내가 그 4명에 포함되는 거 쫌 슬프긴 하지만, 이거 나만의 문제가 아니잖아! 80년대 초부터 대한민국이 어찌나 남자를 좋아하는지 성비가 안 맞아! 여자 짝꿍이 없던 것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결혼할 여자가 없다구! ㅠ.ㅠ 그것뿐만 아니야! 성비 불균형으로 결혼을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저출산 문제는 극심해지고, 결국 노동력 부족에 이은 경제침체로까지 이어질 것이고, 점점 세상은 힘들어질 것이고!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결혼 대란이 우리 눈앞에 닥친 현실이라고! 어서 빨리 대한민국 정부는 중매업을 시작하라!!! 시작하라!!! 시작하라!!!

 

나도 결혼을 하고 싶다!
난 드라마 속 40대가 아닌 30대지만 더 팍팍한 삶을 사는 거 같아. 나이 서른에 모아 놓은 돈이라고는 달랑 매달 3만 원씩 모으고 있는 주택청약통장 하나! 그것도 1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거. 남자 평균 결혼자금이 4천만 원이라는데 언제 돈 모아서 언제 결혼해야 하는 거야? 물론 나의 상황에 맞춰서 결혼하면 4천만 원까지 안 들겠지. 천만 원가지고도 결혼할 수 있겠지! 하지만 천만 원가지고 결혼하는데 동의하는 여자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야! 절대적으로 부족한 여성 인구 중에, 외모 그리 안 보는 여자 중에, 나의 예술적 활동을 이해하는 사람 중에, 돈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여자! 어디 없나??? 난 말야, 찌질하게 나이 서른 마흔 넘어서 새벽까지 술 마실 사람 찾아다니는 거 싫어! 아~ 이놈에 황량한 마음. 가을을 넘어 겨울스럽고, 꼴랑 30대지만 우울한 풍경에 심란하구나! 아~ 나도 결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