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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가 F씨! 난 밴드다!
글 : 구태희(청년예술가대변인) kttk199@gmail.com
일러스트 : 이희은 eunillust@naver.com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 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요즘 술만 쳐 먹었다하면 이상하게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부른단 말야.
서른이 도대체 무슨 의미야? 이유도 없이 서글퍼 지는 건 뭐지? 다들 그런 거야?
그냥 서른은 슬프고, 아프고, 외로운 거야? 아~ 눈깔 빠지게 머리를 굴려도 이해할 수 없는 서른이다!
10대, 20대를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괴롭히더만, 30대는 사회라는 울타리가 날 괴롭히는 구나!
에라 모르겠다. 그냥 노래나 부를란다.
줄 빠따와 고속도로!
세상의 모든 아픔과 슬픔을 간직했던, 반항과 저항을 최고의 가치로 살았던 고딩 시절이 있었지! 학주(학생주임)에게 머리 안 짤릴려고 30분 일찍 또는 30분 늦게 학교를 가고 혹 재수 없이 걸리는 날엔 줄 빠따와 뒷머리 고속도로가 생기는 드럽게 암울했던 암흑의 시대! 단지 10센치 였는데, 졸라 소박한 소원이었는데, 머리카락 10센치가 뭐시라고? 학주는 맨날천날 바리깡들고 설쳤는지 모르겠어. 씨~바르발 아직도 그때를 생각을 하면 피가 거꾸로 치솟는 거 같단 말야. 아~ 젠장. 운동장 뺑뺑이와 줄빠따 외엔 학교의 기억이 없어. 폭탄이 있다면 당장 갖다 던져서 학교를 폭삭 내려앉혔을 텐데...대한민국의 학교들이여~ 미국이 아닌 걸 다행으로 생각해! 총기 소지가 가능한 국가였더라면 아마 엄청나고 수많은 슈퍼울트라캡짱의 총기 사고가 일어났을 테니 말이야!
구원은 음악!?
세상이 싫고, 삶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던 그때 날 구원했던 것은 바로 음악 이였지. 딴따라의 기질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어. 여튼 라디오 속 배철수 아저씨 목소리를 듣고, 용돈을 모아 지미 헨드릭스, 레드 제플린, 스매싱펌킨스, 엑스재팬 앨범을 사고, 기타를 치는 것이 유일한 낙이 였던 그때 그 시절! 날 그곳으로 인도한 친구 놈은 엑스재팬 히데가 죽었다고 몇날 며칠을 우울하게 슬퍼했었지. 그 친구의 삶은 오로지 롹에서 롹으로 이어졌고, 밴드부를 만들어 종행무진 돌아다니는데 어찌나 멋지고 부럽던지...여튼 롹이 좋아 음악을 시작했던 우리는 오로지 음악만 보고 살아갔었지. 그래! 나의 구원은 음악이었어! 그래서 그나마 안 죽고 흑시대를 보냈고. 이제 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가겠지. ㅋㅋ 그보다 넌?? 널 구원한 것은 뭐니????
현실은 지랄 같다!!!
음악이 좋아 음악으로 먹고 살고 싶지만 냉정하고 드러운 세상은 쉽지가 않아. 그저 배고픈 롹이 현실이야. 우여곡절의 고딩 시절이 지나고 대학에 와서 밴드부를 했지. 오로지 내 꿈은 대학가요제였어. 지금이야 슈스케니, 케이팝이니 이딴(?) 오디션 프로그램이 판을 치고 기획사와 시청자 입맛에 맞으면 성공할 수 있지만 몇 년 전만해도 오로지 대학가요제, 강변가요제 이런 곳에 나가서 입상하면 새로운 음악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어. 그게 아니면 몇 년이고 기획사에 들어가서 청소하고, 연습하고, 밥하고 이러면서 데뷔 시켜줄때까지 기다려야 했고. 그것도 아니면 실용음악과를 가서 2~3년 동안 교본에 맞춰 기술을 배우고 어쩌다 줄 많은 강사 만나면 유명가수 코러스 쫌 하다가 재수 좋으면 데뷔하고 그랬지. 하지만 실용음악과 가서 슬퍼하는 녀석들 무지 많아! 음악이 하고 싶어서 갔는데 원하는 음악은 못하고 시키는 대로 기술이나 배우고 있어야 하니 말야! 그러다 졸업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강습하러 다니고. 배고프고 서러운 음악인생이지. 우린 예술강사 이딴 것도 못해. 그저 동네에서 기타 교실 만들어지면 그런 곳에 가서 시간당 또는 머릿수당 돈 받으면서 일하는 거 외에는 말야.
대한민국은 날강도가 너무 많아!
얼마 전 친구 녀석이 힙합 앨범을 냈어. 요즘은 앨범이 거창한 게 아냐. 인디레이블도 많아졌고, 공중파를 타거나 앨범 판매가 힘들어서 그렇지.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앨범 만들 수 있으니 말야. ㅋㅋ. 근데 이 녀석이 포털사이트에 음원을 등록했는데 이거이거..완전 쌩날강도들이야. 한명이 다운 받아서 들으면 꼴랑 10원 정도가 들어온다는 거야. 음원사이트 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하면서 돈 받아 처먹고 다 어디로 가나 몰러. 그래서 물었더니 유명가수가 음원매출 약 30억을 기록해도 창작자에게 돌아오는 건 고작 1200만 원 정도로 전체수입의 0.4%에 불과하다는 거야. 근데 유명가수가 이런데 인디밴드들은 어떻겠어??? 이 이야기를 들으니 열이 받아서 자료를 쫌 찾아봤더니 문화체육부에서 정한 징수 규정이 지랄 같은 거야. 소비자가 노래 한 곡 내려 받으면 지불 금액의 40%는 한국음원제작협회가 가져가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9%,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에서 5%를 가져갈 수 있다는 거야. 그럼 여기서 1~20% 수수료를 떼고 해당 가수에게 금액을 지불한다는 거야. 대부분 음원 사이트에서 노래 한 곡을 내려 받는 비용은 600원, 예를 들어 가수 노래하고 연주도 했다면 600원의 5%인 30원이 가수 몫인데 여기서 신탁단체 수수료로 10%를 내면 결국 27원 받는다는 거지. 노래만 했다면 13원 정도라는 거야. 이거 너무 한거 아냐?? 생각을 해봐. 졸라 힘들게 노래하고 음반 만들었는데 고작 10원 정도라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한거지. 근데 더 황당한 건 외국 아이튠즈의 경우는 수익배분이 3:3:3:1이라는 거지. 3은 아이튠즈, 3은 가수, 3은 기타 저작권자 및 제작자, 1은 애플의 연구 개발로 재투자 된다는 거야. 결국 한국에서 음원 팔면 10원 정도 받지만 아이튠즈에서는 180원 정도는 받는다는 거지. 아직 대한민국 멀었어. 어찌나 날강도가 많은지 말야. 젠장...
그래도 나는 밴드다!
얼마 전 옛 친구들이 서른 살 기념으로 공연을 했어. 아직 음악을 하는 친구도, 직장을 다니는 친구도 있었지. 1시간에 만 오천 원짜리 연습실에서 일주일에 두 번 연습하고, 피같이 벌은 돈 모아 200만원 주고 금요일 저녁 공연장 빌려서 공연을 했었지. 아~ 감동이었어. 300명 들어오는 공연장에 100여명 밖에 없었지만 우린 빅스페셜 공연이었어. 그저 우리 만족이지만 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누가 알겠어? 난 말야! 이런 일들이 우리뿐만 아니라 더 많은 밴드를 사랑했던, 음악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즐겨야 한다고 봐! 서울시는 인디밴드에게 연습, 녹음실을 개방하고 지원한다는데 우리 부산도 쫌 그러면 안 되겠니??? 우리도 공연 쫌 하자! 우리도 밴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