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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41호(2012.12)

[히든카드]'바짝'안 하니 '바싹'되더라!

[히든카드]바짝’ 안 하니 ‘바싹’ 되더라!

부산 경남의 대놓고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만든 잡지 <바싹>



기획 : 신동욱 woogy02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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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미디어를 지향하는 잡지 <바싹>의 컨셉은 자유로움이라 설명할 수 있다. <홀씨>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잡지는 <씨부렁>으로 첫 발간을 하고, <바싹>으로 또다시 이름이 바뀌었다. 작은고추디자인스튜디오의 대표로서 <바싹>의 디자인과 회의분위기를 담당하고 있는 기재성 씨는 잡지 이름이 이렇게 자주 바뀌었던 이유가 ‘자유로운’ 회의 분위기 덕분이라고 했다. 보통 발행인이 발행할 잡지의 이름을 알아서 정하는 데 반해 <바싹>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이렇게 이름을 확 바꿔버린 구성원들은 누굴까. 적어도 작명가나 문학가 수준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잡지의 지면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등학생, 대학생, 직장인, 백수 등이다. 


이렇게 ‘대놓고’ 자유로운 아마추어들이 원고를 생산하는 과정이 궁금했다. 그에 대한 기재성 씨의 답변을 요약하면, 기막히게도 ‘생산해내지 않는 자유로움도 보장한다.’ 는 것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지만, 바짝 재촉해도 모자랄 판에 기자에게 원고를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라니. 여기에 대해 기재성 씨는 “물론 매월 글을 써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단지 개인의 사정과 능력을 존중해주는 것이고, 매달 기사를 써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억지로 기사를 쓰는 것을 지양하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바짝 재촉하지 않았던 것이 바싹의 정체성이 된 것이다. 


이 정도의 자유가 가능한 이유는 <바싹>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바싹>에는 씨부렁이, 객원 씨부렁이, 수다 씨부렁이가 있다. 본인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사람들(씨부렁이)에게는 원고료 등 최소한의 예우를 하고, 아직 자신의 관심을 어떻게 표현할지 찾지 못한 사람들(수다 씨부렁이)은 수다 모임에 지속해서 참여하면서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 또한, 현재 구성원들로는 알아낼 수 없는 소식들은 객원 씨부렁이를 통해서 콘텐츠의 다양성을 확보해낸다. 


사실 많은 미디어가 매체 생산이라는 본연의 일에만 충실한 경우는 드물다. <바싹> 역시 마찬가지인데, 기존 매체들과 달리 중점을 두는 부분에서 분명 차이는 있다. <바싹>이 벌이는 일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 문화 예술이다. 조금씩 쌓아온 문화 예술 교육에 대한 경험들을 토대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워크숍 등을 준비한다. 최근에는 부산 풀뿌리 네크워크를 소개한 <풀냇길>과 오륜동 마을 이야기 <오륜에사심>을 출판하는 등 소규모 문화예술 활동 등을 지속해서 벌이고 있다. 더 없느냐는 질문에 “업계에도 룰이라는 게 있어서 비밀”이란다. 


지역 문화, 예술인들과 함께 재미난 일들을 많이 만들어 가고 싶다는 잡지 <바싹>. 기재성 씨는 “우리가 자체 기획, 생산하는 컨텐츠로 지역 사회의 문화 다양성 및 향유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했다. 쉬운 일이 아닐 텐데, 그들만의 독특한 아마추어리즘으로 개척해나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