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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41호(2012.12)

[짜투리 인터뷰]로저 뷔르겔 2012부산비엔날레 감독을 만나다.

[짜투리 인터뷰] 세상에 정답은 없습니다. 
순진한 호기심을 갖고 소통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로저 뷔르겔 2012부산비엔날레 감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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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답은 없습니다. 

순진한 호기심을 갖고

소통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일시 : 2012년 11월 6일 오후 3시

장소 : 부산시립미술관 


.로저 뷔르겔 2012 부산비엔날레 감독을 만나다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상품을 찍어내듯 전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고, 무언가를 배우기를 원했습니다. 비엔날레 형식 자체를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배움이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나는 것입니다. 전시 오픈 10개월 전에 배움위원회를 모집하였는데, 중학생, 주부, 직장인, 부동산 중개인 등 엄청나게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300여 명 모였습니다. 배움위원회를 통해 전시에 대해서 계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비엔날레를 시작한 출발점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나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배움이라는 게 일방적인 것이 아니잖아요? 상호작용을 통해서 일어나는 것이고, 사람들과 항상 부딪히고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좇아가기보다는 그 과정을 개방하고, 나 자신도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달라질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위험부담도 많았죠. 

배움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모였기 때문에 나이, 직종도 다 달랐고,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기대가 다 달랐습니다. 처음에 그것을 좁혀나가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가진 어떤 기대나 이런 것을 이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심어줄 수는 없었기 때문에 처음 한 5개월 동안은 서로 몸을 부대끼면서 알아가면서 애매모호한 회색지대를 좁혀나가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배움위원회를 진행하면서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와 감독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과의 위계질서를 깨뜨리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순진한 호기심이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한 가지 결론을 도출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고, 다른 관점을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움위원회 모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날 때도, 계속 질문만 던집니다. 예술이 정답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이죠.

지식이라는 것이 서로 다른 관점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다 보면, 깨닫게 되는 것이 지식이 되는 것입니다. 지식이란 결코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소통할 수 있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기가 가장 어렵지만,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특별기획으로 구성된 본 짜투리 인터뷰는 독자들의 폐활량과 안구정화를 위하여 길고 긴 인터뷰 중 엑기스만을 추출하여 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