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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기획]예술협동조합 _ 4.협동조합 설립과 그 이후

 

 

글: 이은진(문화예술협동조합 연구원) jini0501@gmail.com

 

 

 

 

 

 

 

4. 협동조합 전환, 그 이후 - 풀어야 할 과제들

 

 

1) 문화예술협동조합 현황

2012년 문화관광연구원자료에 따르면 문화예술인들은 협동조합에 대한 인지도는 높으나 제도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편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전체 2,518개의 일반 협동조합 중 문화예술협동조합의 비중은 대략 370개소이고 이는 일반 협동조합 중에서 14.2%를 차지하는 것으로 비율이 높은 편이다. 문화예술 사회적기업이 5년이 지나면서 전체 인증 사회적기업 중 16%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설립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예술분야 일반 협동조합 현황>

사업 분야 / 업종

개소

사업 분야 / 업종

개소

문화, 문화예술

23

한지공예, 제조, 판매

7

교육, 문화, 문학컨텐츠

20

문예 아카데미

4

공연

28

댄스, 스포츠, 체육

48

공예 (생산,교육,판매)

23

디자인

20

도예, 도자기, 흙놀이

15

패션

3

미술은행, 아트마켓

4

출판

11

만화

3

광고, 미디어, 영상, 인터넷 관련

45

목공, 수공예

4

극장운영, 시설운영, 공방

10

사진

6

공연기획, 제작, 이벤트

15

전통 문화

3

마을공동체 기반 문화예술 활동

12

음악교육/악기제작/밴드지원/공동구매

4

마술, 마임, 단청문화, 예술상담

4

문화예술교육, 체험

13

문화관광, 여행

38

천연염색

7

합 계 

370

 

이렇게 많은 협동조합들이 설립되는 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벌써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체 협동조합 중에서 정말로 조합원들이 필요해서 자발적으로 결성하고, 또 협동조합적 가치와 원리로 움직이는 곳이 얼마나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개점 휴업 상태인 협동조합도 있다고 하고, 기존 조직에 이름만 바꾼 협동조합도 많다고 한다. 물론 이제 막 설립된 곳들을 두고 이러니 저러니 추측하기보다는 좀 더 두고 볼 일이긴 하다. 그리고 또 그러한들 어떠하겠는가? 자영업이나 벤쳐기업도 생겼다가 1∼2년 만에 문을 닫거나 망하는 곳이 허다한데, 협동조합이라고 다르겠나 싶기도 하다.

문화예술협동조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이 되기 위해서는 꼭 챙겨야 할 필수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협동조합을 설립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들을 짚어보고, 또 설립 이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자바르떼의 시행착오 경험을 토대로 풀어보고자 한다.

 

 

2)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고려해야 할 문제들

자바르떼도 2007년부터 문화예술생산자협동조합을 목표로 하면서 생산자를 노동자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했는데, 제도상으로 노동자는 4대보험을 적용한 고용관계로, 생산자는 개별 사업을 하는 사업자로 구분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합원 유형을 나누게 되었다. 그러니 조합원 유형이나 영리, 비영리라는 틀에 갇힐 필요 없이 공통의 필요를 가진 주체들이 모여서 다양한 상상력을 작동시켜 가며, 존재와 활동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그 후에 목적과 사업성격에 맞게 조합원 유형과 영리, 비영리를 선택하면 된다.

 

높은 관심 덕분에 최근 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상담을 종종 하게 되는데, 쉽게 설립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의외로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설립 절차를 알려주면 되지만, 대부분 아직 준비가 안된 채 혼자 찾아오는 경우에는 몇 가지 필수 과정을 강조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이 맞고 같은 필요를 느끼는 파트너를 최소 3∼5명 이상 찾아야 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협동조합이 절실하게 필요한 지 확인해야 한다. 상담을 받는 분들은 대부분 혼자 먼저 급하게 생각하고 준비한 뒤에 함께할 파트너를 찾으려 하는데, 그러면 결국은 계속해서 혼자서만 뒷감당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설립동의자들이 모여 몇 차례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조건과 욕구를 솔직하게 논의해야 한다. 설립이 아니라 전환이라면 그 과정은 조직의 현 상태를 진단하고, 인적역량과 관계를 혁신하는 과정으로 삼으면 좋겠고, 마찬가지로 지역과의 관계를 새롭게 모색하여 사업모델을 어떻게 연대할 지를 찾아봐야 한다. 협동조합은 지역을 떠나서는 성공하기 어렵고, 또 협동조직 간의 협동이 없이는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필요하고, 또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 지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예산을 작성하게 된다. 이때 ‘나는 무엇을 얼마나 낼 것이고,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따라 조합원 유형과 출자금이 결정된다. 그러면 우리가 어떤 협동조합으로 갈 것인지, 사회적협동조합인지, 일반협동조합인지, 생산자협동조합인지, 노동자협동조합인지, 다중이해협동조합인지 자연스럽게 결정할 수 있다.

 

.조합원들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좀 더 지역사회와 공공적인 활동이 중요한 부분이라면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하는 것이 다. 행정이나 인가과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일반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난 후 문화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부각시켜 사회적기업으로 인가를 받으려는 분들이 많은데, 그럴 바엔 사회적협동조합을 준비하는 것이 더 수월하다. 그런 후에 좀 더 책임있게 결정하고 운영할 임원을 선발하면 된다. 누가 우리의 이해를 잘 대변하고 충족시켜 줄 수 있는가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 내용들 정관과 사업계획서로 정리하면 설립 신고서를 작성하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런데 협동조합은 설립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기 위한 안정적인 수익모델이 있어야 하는데, 다들 여기서 다시 머리가 아플 것이다. 수익모델이라는 것은 얼마나 돈을 잘 벌 것인가의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음악인들이 연습실을 공동으로 마련해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라면, 공동으로 공간을 얻음으로서 절감되는 비용의 측면과, 각자들이 연습실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최소 수익구조를 협동해서 마련하면 된다. 즉, 수익모델은 필요한 적정 비용을 산출하고, 그 만큼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필요한 비용이라는 게 누구나 다르겠지만, 협동조합이 되었다고 갑자기 떼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문화예술인 중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비용을 줄임으로서 수익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기존 사업을 어떻게 재배치하면 좋을지, 혹은 각자의 활동을 협동조합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공동의 사업으로 확대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지역에서 이미 협동조합에 관해 이해하고 활동하고 있는 다른 조합의 조합원들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해 가는 것이다. 결국 협동조합간 협동이 서로 믿고 팔아주고, 노동력 교환도 하면서, 돈으로 써야만 하는 영역을 줄이는 것이어서, 덜 벌더라도 삶이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안전망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3) 협동조합 운영을 위한 논의 과정

자바르떼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지난 2월 7일 창립을 한 후 설립 신고서를 작성하는데 한 달, 문광부를 거쳐 사회적기업 진흥원에서 인가 심사를 받는데 두 달, 인가 통고 후 등기를 하는데 다시 한 달, 그 후에 조직명칭을 변경하고 각종 서류의 전환 변경 신고를 하는데 한 달. 모두 다섯 달이 걸렸다. 창립 이후에만도 그러한데, 전환 준비기간까지 생각해보면 8∼9개월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기존 회원을 교육하고 동의를 얻어 기존 사업을 모두 가져가려 하니 신규 설립에 비해서 비용과 시간이 3배쯤 들어갔다. 그러니 협동조합을 고려하면서 굳이 전환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 설립을 하는 게 좀 더 쉽다. 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충분히 고민하고 논의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후다닥 한두 달 만에 만들어도 어차피 설립 이후 조합 내에서 논의하고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게 될 것이다. 즉, 사전에 겪든 사후에 겪든 필수 과정은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게 시간을 많이 들여 전환, 창립을 한 자바르떼도 모임을 진행하고 발전 방향 논의를 하다보니 부딪히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3월부터 생산자 조합원들은 월 3회의 모임을 하면서 각자의 예술활동을 자바르떼의 새로운 사업으로 어떻게 연결시키고,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만들 것인지 논의하기 시작했고, 몇가지 사업 제안을 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6월부터는 월 1회의 조합원 교육을 겸한 모임을 가졌다. 모여서 구체적으로 내년 사업에 관해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논의를 해보니, 정말 자신이 절실히 필요해서 조합원이 된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기존 사업 관계 때문에 참여하기도 했고, 또 굳이 당장 사업적으로 결합할 건 없는데도 과거에 회원이었거나 직원이었으니 의리상 가입한 사람도 없잖아 있는 듯했다. 또 기존의 사업적 관성을 여전히 갖고 있다보니 새로운 조합원들이 참여하거나 끼어들 요소가 많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고서 매달 모여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며 함께 즐거운 일들을 만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서 조합원들은 지겨워했고, 참여율도 낮았다. 늘 나오는 조합원들은 나오지 않는 조합원들을 원망하면서도, 왜 나오지 않는지, 어떤 시간대로 옮기면 나올 수 있는지 물어보지 않고, 시간을 정해 공지하곤 했다. 그리고 생산자 조합원들은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이고 노동자 조합원들은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하는 역할이라서 서로 이해관계가 달랐다. 생산자 조합원들에게 높은 강사비나 인건비를 지급하면 수익이 적게 남아 노동자 조합원들의 안정적인 급여가 어려울 수도 있었다. 그리고 사업의 집행권이 노동자 조합원들에게 있다보니, 생산자 조합원들이 어떤 경우는 ‘을’인 것도 같고, 어떤 경우는 고객인 것도 같다.

 

그러다가 우연히 조합원 규약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듣고, 마침 올해 총회 때 다른 사안이 많아 진행하지 못한 자바르떼 조합원 규약을 같이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모여서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규약을 만들어 운영의 원칙으로 삼자는 제안을 했고, 두 달간 5회의 교육과 두 번의 워크숍을 통해 조합원 규약을 논의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들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운영 원칙을 각각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야 하니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렇게 조금씩 간격을 줄여가고 있고, 공통의 필요를 이끌어 내고 있는 중이다.

4) 협동조합은 대안적 삶의 가치를 실천하는 운동이어야

 

도대체 언제까지 논의와 교육을 반복해야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잎으로도 계속이라고 이야기할 수 밖에 없다. 7, 80년대 민주노조가 설립되고 노조운동이 성장하던 시기, 조합원 교육과 소모임은 기본이었다. 다양한 소모임을 조직하고, 일상적으로 교육과 토론을 하면서 조합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느끼고 공감했다. 나아가 논의의 내용이 임금인상에 머물지 않고 노동권의 문제와 사회개혁에 관한 부분까지 인식을 확장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문화예술이었다. 모든 조직은 교육과 소모임을 통해 탄탄해지고, 성장한다고 믿는다. 협동조합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우리가 유난한 건 아닐 것이다. 당연하게도 설립보다 운영이 더 어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협동조합은 문화예술이 고민할 만한 것인가? 대안인가? 라고 묻는다면 나는 역시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

 

첫회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현재의 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면,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의 활동을 성찰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만 하는 순간이다. 단순히 문화예술이 처한 현실만이 아니라 지역의 문제, 차별의 문제, 삶의 주체로서의 문제를 다시 고민하자는 이야기다. 그러한 고민을 해결하려는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 활동의 가치를 증명하고, 잘못을 바로 잡고, 상품의 가격을 정하고, 공정한 무역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등 복잡다단한 문제들이 나타나겠지만, 이는 또 함께 풀어나가면 될 일이다.

 

협동조합이 하나의 운동으로서 펼쳐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생산 뿐 아니라 소비의 영역에서도 대안적 가치를 찾아내고 이를 확산할 수 있는 운동성을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이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산 영역에서만 만났던 노동자들을 소비 영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것이 지역이다. 또 나아가 기존 관계에서는 후원자이거나 경제적 이해나 참여가 없는 비영리단체의 회원이었다면, 조합원으로 재결합하여 경제적인 참여와 더불어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생산(창작)에 영향을 주는 관계로 발전시켜갈 수 있다. 문화 창조와 향유의 주체로서 자기문화를 만들어가고, 또 스스로 필요한 예술 창작물의 맞춤 생산을 요구하는 수용자(소비자, 자원봉사자, 후원자) 조합원들은,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예술 노동자, 생산자 조합원들을 지키는 것이 중요다고 여길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협동조합이라는 조직 형식을 고민하면서 지역 안에서 비자본적인 삶의 방식을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함께 나누는 대안적 가치로 접근하고, 또 지역의 관계망을 새롭게 재구축하기를 바란다.

 

협동조합이 내 일상을 바꾸는 실천 방식으로 선택되고, 전체 삶의 영역에 걸쳐 협동적 삶을 살아가는 연대와 실천의 방식으로 채택되는 것은 지역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문화예술인들도 자기 삶의 주체가 되어 공동체 내에서 협동조합적 삶 살기, 일상을 다른 가치의 삶으로 재기획하는 운동으로 만들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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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