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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38호(2012.06)

[시부리다]용호동

[시부리다]용호동
글 : 박후기 hoogiwoog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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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동

 

비탈에 들러붙은 집들이
바다로 뛰어들 것만 같았다

 

화물선들은 날마다
나라 밖으로
棺짝 같은 컨테이너를 실어 날랐고,
사람들은
갑판 같은 평상 위에 걸터앉아
숟가락으로 노를 저었다

 

용호동,
벼랑 가 텃밭에
절박하게 매달린 호박
한 덩이를 기억한다
하필,
벼랑 끝에 날
심어놓을 게 뭔가
바다를 향해
꿇어앉은 집들이
더는 떠밀리지 않겠다는 듯
모두 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가끔
절벽 아래로
사람들이 뛰어내렸고,

 

바다와 바닥은
서로
다른 말이 아니었다

 

 

  (부산 사람과의 대화) 부산,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지? 그냥, 궁금해져서. 먼저, 자이언츠. 또? 롯데. 그 게 그 거지. 또? 갈매기. 또? 해운대. 그 놈도 그 놈이고.
  거인, 재벌, 바닷새 말고 사람은 없나? 음, 문재인...... 아,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경상도 사람 문재인은 오히려 서울에서 더 ‘좋아요’ 아닌가? 부산에서는 ‘덜 좋아요’ 같은데, 4월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부산 사람도 아닌 내가 용호동을 어떻게 아느냐고? 윗글에 알맞은 답은 아닐지 몰라도 내 말 좀 들어봐. 난 부산 사람은 아니어도 문재인을 좋아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이란 한 인간이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보편타당’한 그의 언행을 신뢰하는 거야. 내가 뭐 그 사람과 술 한 잔이나 했겠어? 보편성이란, 1%가 아닌 99%에 가까운 말이라고. 용호동 비탈 몇 번 가봤다고 해서 내가 부산 사람이 될 수 있겠니? 아니지. 하지만 부산 사람보다 더 깊은 눈으로 용호동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고, 부산 사람보다 더 크게 부산의 인물을 바라볼 수는 있는 거야. 알겠니?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