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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41호(2012.12)

[시부리다]오빠

시부리다

 

박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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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다이, 우린 언제나 외로운 소년 쓸쓸한 소녀.
취직을 못하면 군대에 가는 소년, 취업을 못하면 대학원에 가는 소녀.
언제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이 땅의 소년 소녀.
맞장 뜰 상대는 오로지 엄마, 불의도 아니고 자본도 아니고 자기 자신도 아닌 불쌍한 엄마.
일하지 않는 석사와 돈 벌지 못하는 박사들의 독고다이 정신은 서글프다.
일하는 엄마와 돈 버는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노는 자식들은 가망이 없어 보인다.
아픈 엄마 늙은 아버지보다 더 가망이 없어 보인다.
우리가 중동의 노새와 다른 게 무어냐.
대를 이어 채찍과 당근을 들고 나타난 독고다이 공주를 불쌍하게 여기며

자빠져 있는 우리가 도대체 중동의 노새보다 나은 게 무어냐?

 


오빠


오빠는 시간 강사,
몰락한 집안의 기둥이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어김없이 도서관에 들러
무거운 책을 상대로
가볍게 몸을 풀어주는
오빠는 주먹보다 입이 세다

지방 원정경기도 마다하지 않는
오빠가 믿을 것은
맷집밖에 없다

맞아도 맞아도 쓰러지지 않는 아들,
맞아도 맞아도 돌아서지 않는 애인,
맞아도 맞아도 도망치지 않는 오빠의
터진 입술이 붉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엄마가 운다

싸움을 기다리는 시간이
막상 싸우는 일보다 더
막막하고 두렵다는 것을
대기실에서 청춘을 보낸
오빠는 알고 있다

늦은 밤,
취한 주먹을 툭툭 허공에 던지며
문을 열고 오빠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