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인터뷰]    기획 : 신동욱 woogy0213@hanmail.net

 

이웃을 불태워서라도 이웃에 불을 밝혀야 하나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투쟁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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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밀양으로 가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긴장된 마음을 채 풀기도 전에 나는 밀양에 와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빨리 지나갈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의 시간은 그렇지 않았다. 주민들은 7년이라는 지긋지긋한 시간 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자신의 땅을 빼앗겨 울고, 싸우고, 잠이 들고. 그러나 아무리 자고 일어나도 세상은 바뀌어있지 않았다. 지독하게 느린 완행열차를 탄 셈이다. 그 세월을 이기지 못해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 어르신도 있다. 도대체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산외면 법성 스님과 김준한 신부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취재한날 : 2012년 7월 12일 목요일 동 틀 때부터 달 뜰 때까지
묻는사람 : 신동욱, 허주영(2012 밀양 초록농활대원)
답한사람 : 법성 스님(밀양 약산사 주지), 김준한 신부님(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사진촬영 : 이장수
영상촬영 : 황영수
스크립터 : 송영제
있던사람 : 김현아

 

 

늦은 한 시쯤 됐나 산외면 약산사

묻는 사람 1 : 함께가는예술인 작은 편집장 신동욱
답한 사람 1 : 밀양시 산외면 약산사 법성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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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외면에서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다고 들었습니다.

여기 공사가 시작된 것이 작년 10월 30일부터입니다. 그때부터 헬기로 장비를 투입했습니다. 우리 마을에서 108번 송전탑 공사를 지속적으로 막았어요. 11월 10일인가, 낯선 남자 두 명이 올라왔어요. 그리고는 마을 주민께 욕을 엄청 했어요.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어서 두 사람이 공사 부지로 올라가는 길을 비켜줬습니다. 그런데 새벽부터 올라가서 현장을 감시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걱정되어 올라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랑이 도중 어르신의 고무신이 전기톱에 닿아 날아갔습니다. 엄청 섬뜩했죠. 자칫하면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는데, 마침 한전 감리가 어르신들의 모자를 벗기며 사진 채증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감정이 격해져서 싸움이 되었죠. 그런데 갑자기 남자 세 명이 저에게 덤벼들어 저에겐 평생 잊지 못할 추악한 일을 남겼습니다. 33일간 입원을 했죠. 이후에도 “네년은 반드시 내가 찾아 죽인다”는 등의 협박을 했습니다.

 

이후 조금이 시간이 흘렀어요. 그러다가 1월 16일 아침에 빨리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보라마을로 내려갔는데 겨울이니까요, 어두컴컴한 가운데 용역들에게 맞아 생지옥 같은 절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도 그날 돌아가신 이치우 어르신과 함께 싸웠습니다. 그 와중에 저에게 “스님, 내 동생이 먹고 입는 돈을 줄여 구입한 논입니다. 오늘 내가 죽어서라도 해결해야겠습니다. 다만 죽기 전에 저 차(용역 차량)들을 다 불을 지르고 싶은데, 그렇게 되면 마을 분들에게 피해가 되겠죠?” 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을 오후 다섯 시쯤 또다시 하셨습니다. 불안해서 제가 공사업체 사람들에게 “내일 포크레인이 들어와도 오늘은 그냥 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관철되지 않았죠. 다시 절에 올라와 지식경제부 장관님, 한전 전무에게도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러던 도중 사람이 죽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급히 보라마을에 내려가 보니 누군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게 불에 탄 시체가 바닥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90일간 어르신의 애도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동안은 조용했죠. 그러다 6월 7일입니다. 궐기대회를 마치고 절에 돌아와 보니 차가 한 대 있었어요. 느낌이 좋지 않았는데 차 안을 들여다보니 굵은 개 목줄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침 산 위에서 남자들 소리가 나길래 무서워서 내 차 안에 들어가 마을 분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렇게 주민 스무 분이 모였는데, 갑자기 산 위에서 사나운 개가 한 마리 내려오면서 남자들이 내려왔습니다. 소속이 어디냐고 물어보니, 대동전기 소장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듣자마자 갑자기 108번 송전탑 부지에서 대동전기 기술이사가 나를 찾아서 찢어 죽이겠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저도 흥분해서 그 사람들에게 지금 죽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다 실신을 했어요. 그렇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되었고요. 지금은 많이 안정되었지만, 가끔 귀에 목탁소리도 들리고, 그 대동전기 소장의 그림자도 보여요. 제가 퇴원을 하면서 준비해둔 것이 있어요. 냉장고 뒤에 한 번 보시겠어요?

스님의 냉장고 뒤엔 세 통의 휘발유가 있었다. 가장 큰 통에는 구매 날짜와 유서가 쓰여 있었다. 스님은 말을 더 잇지 못하고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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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 세월이 7년인데 이제 조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억울해도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제가 한 번이라도 기사화하기 위해 기자들을 찾아다녔는데도 기사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전단을 만들어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또 전단을 만드니 고소를 당했습니다. 한전에 당한 고소장이 세 개입니다. 공사 현장에서 사진이 찍혀 채증당한 것 하나, 전단을 돌려서 고소당한 것 하나, (성폭력) 사태 당시 발로 찼던 것이 폭행이 되어 또 하나.

 

스님이 고소장과 함께 철탑 부지 지도를 들고 왔다.
동욱 : 약산사가 어디 있습니까.
영수 : (손으로 아래를 가리키며) 거기 있네, 약산사.
동욱 : 아, 제가 한자를 잘 몰라서.
영수 : 한글로 써져 있다, 약, 산, 사.
영제. 동욱. 스님 : (웃음)

 

철탑 부지가 어디까지 이어져 있나요. 

부산 신고리 원전에서 시작해서 창녕 변전소까지. 162개 철탑입니다.

 

그런데 철탑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 겁니까.

원래는 산을 따라 쭉 가야 합니다. 마을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돌아서 가잖아요. 잘못된 거죠. 전 밀양시장 이상조 씨를 피하려고. 철탑 부지가 지나가야 하는 길에 이상조 씨 조카가 하는 농원이 있습니다. 이상조 씨는 지금 여기 없어요. 광양 가 있고. 문제의 핵심이 결국 권력, 소위 ‘있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그쪽 피해 가려고 세 개 마을이 피해를 고스란히 받아야 합니다.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으면 철탑을 세우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재검토하려고 하지를 않습니다. 그런 철탑을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못 받아들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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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네 시가 살짝 넘어 상남면 예림성당에서.

묻는 사람 2 : 2012 밀양 초록농활대원 허주영
답한 사람 2 : 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김준한 신부


 

주영 : (인터뷰 용지를 들고 카메라를 보며) 그런데 제가 이걸 들고 있어도 되나요?
동욱 : 네, 상관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준한 : 그렇다고 인사도 안 합니까. 보통 인사는 하고 시작하는데.
영제. 동욱. 장수 : (웃음)
주영 : 인사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웃음) 반갑습니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아직 많은 국민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쉽고 짧게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가 개발사업을 하면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일들의 압축입니다. 비일비재한 폭력사태, 성폭력 사태, 이치우 열사의 분신 사태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들이 이를 잘 보여주는 단적인 사태입니다.

 

왜 송전탑 건설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시는지.

한전은 신고리 5 ? 6호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보내기 위해서 송전탑 건설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저희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송전망을 통해서도 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땅속에 묻는 방식으로 갈 수 있는 기술이 곧 개발되어 도입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원래 노선은 밀양이 아니었습니다. 민가에 피해를 많이 주지 않을 수 있는데도 그렇게 가는 이유는 가능한 한 싸게, 건설비를 낮추며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는 것입니다.

 

주민의 생존권을 무시하면서 한전이 공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76만 5천 볼트 초고압 송전탑은 2018년 완공 예정인 신고리 5 ? 6호기 전력을 경남, 궁극적으로는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시설입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입니다. 이 방법이 제일 쌉니다. 가장 쉽고 싸게 전기를 배송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최소한의 생존문제, 건강권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가장 크게 이득을 보는 곳은 한전, 그리고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 건설업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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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건설 탓에 예상되는 주민의 피해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건강권, 두 번째는 재산권입니다. 76만 5천 볼트 송전탑이 들어가면 지대의 시가가 떨어져 농협에서조차 재산권을 거의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도 없어요. 전자파 피해는 더 말할 것도 없죠. 암이라든지 백혈병 등이 발병하고 있다는 것이 언론에 많이 밝혀지고 있죠. 농작물에 피해가 가는 것은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밀양은 관광도시입니다. 송전탑 탓에 미관을 해치게 되었을 때 밀양의 관광 수익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입니다.

 

어떤 분들은 보상금으로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다수의 주민이 보상금은 필요치 않다고 말합니다. 만약 보상금을 더 달라고 했으면 이 투쟁은 벌써 끝났을 싸움입니다. 한전이 원하는 것이 보상금 싸움이죠. 더 주면 되니까. 하지만 이렇게 길게 싸우고 있는 것은 자기가 살던 땅에서 이웃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고향은 땅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사태의 경과가 궁금합니다.

저는 밀양에 산 지 4년째입니다. 그래서 처음의 현장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제가 와서 보니, 주민이 잘 알지 못해 제대로 싸우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극소수의 사람들만 입장하여 형식적인 공청회가 이뤄지다 보니 더욱 그럴 수밖에 없었죠. 그러다 작년 늦가을에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보상이 아니라 내 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습니다. 정부와 관련 단체의 고소 고발과 맞서 그 추운 겨울에도 땅을 지켜오셨습니다. 그 와중에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셨죠. 그 죽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책위를 꾸렸어요. 상경투쟁, 단식 농성을 불사하며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하고 있습니다. 조금씩 관심 속에 나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한전과의 냉각기입니다. 그러나 한전이 계속 가만히 있지는 않겠죠. 지금도 몰래몰래 중장비를 현장에 갖다 놓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러다가 대대적으로 한 번 투입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은 그걸 막기 위해 마을 어귀에 열악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밤샘을 불사하며 땅을 지키고 계신 거고요.

 

법성 스님이 당한 폭행,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등 끔찍한 사건들이 언론에 조금씩 다뤄지고 있다.

처음에 있었던 가벼운 충돌 정도에서 격해지고 있습니다. 산외면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태 등을 보면 한전이 점점 폭력의 수위를 높여 압박하려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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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사건에 대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분신대책위의 일차적인 목적은 제2의 분신사태 방지입니다. 이와 함께 송전탑 백지화가 또 하나의 목표가 되겠죠. 우선은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데 신경 쓸 것입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아야겠죠.

 

법적인 대응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으로 전국적인 공론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전보다 싸울 수 있는 여건은 나아졌죠. 처음에 우리는 오히려 수세적으로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사회적 여론을 몰아 전력 산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법률적 모순을 개선하려 합니다. 이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여 헌법 소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고리 원전 건설과 관련 공청회에서 충돌이 발생한 영상을 보았다. 서생면은 송전탑 건설을 찬성하는 것인지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서생면 주민께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의 집중 속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보상이라도 많이 받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죠. 또한, 본인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이미지가 안 좋게 비치는 것에 대해 꺼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찬성 쪽의 의견이 힘을 받은 것이죠.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도 모든 핵발전소가 가동이 중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 발전소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처음에는 당연히 눈앞의 자기 땅에만 초점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고리 원전이라는 원흉을 알게 되었습니다. 잘하면 이 싸움을 반핵 탈핵으로 이어갈 수도 있겠다는 것을 싸움 속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것이죠. 그 속에서 송전탑 백지화와 탈핵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로 반핵, 탈핵 움직임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용 기한이 지난 발전소를 억지로 연장하지 말고, 하나하나 폐쇄해나가며 새로운 에너지 사업을 발전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안전하고 해가 없는 시설이라면 한강 변에 지어라, 여기에 답을 할 수 있는 여부를 따져본다면 더는 이야기가 필요 없습니다. 내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서 남의 피를 보려고 하면 그것은 필요가 아니라 과욕입니다. 필요보다 생존이 앞서야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보더라도 생명에 앞설 수 있는 것은 없잖습니까. 재생 에너지 시스템이 많이 촉망받고 있는 시점에서 에너지 개발에 대한 관점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를 재점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외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후원을 해주시면 가장 좋고요(웃음). 재정적인 부담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그다음은 관심입니다. 한 번쯤 오셔서 느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예수님께서 태어난 베들레헴이 꼭 이스라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여기가, 누군가 괴로움을 받고 있는 베들레헴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밀양에 대한 소식을 찾기도 이전보다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것을 널리 알려주세요. 이치우 어르신이 돌아가신 원인 중 가장 큰 것이 외로움이라 생각합니다.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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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으로 가는 길. 긴 하루의 피곤함이 몰려왔다. 잠시 눈을 붙이면서 부산까지 가는 길이 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푹 잘 수 있으니까. 잠시 잠을 청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마음은 놓였다. 종착역이니 길을 지나쳐 다시 돌아올 일이 없어서였다. 그러나 종착역을 알 수 없는 밀양 주민은 한전이 공사를 철수하기 전까지 마음을 놓지 못할 것이다.

 

이번 사태의 취재를 위해 최대한 많은 공사 대지를 가 보려 노력했다. 산외면에서 출발한 여정은 상동면을 찍고 부북면에 닿았다. 가는 곳마다 어르신들이 많이 나와 계셨다. 본인의 땅을 지키기 위해서 마을 어귀에, 산기슭에 움막을 치고 지키고 계셨다. 작년 11월부터 계속 살았었다는 움막은 처참했다. 지지대를 세워 비닐 한 장 덮어 비바람을 막고, 국방색 침낭으로 추위를 견뎌야 하는 곳이었다. 얼마나 추웠을까, 얼마나 고독하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그보다도 움막 한 편 큰 물통에 담긴 노란 액체가 계속 눈에 들어왔다. 여차하면 분신을 불사하겠다는 어르신들의 절규가 그 물통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처참한 현장을 본 사람이라면 함부로 보상 문제를 입에 올릴 수 없을 것이라 절실히 느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의 해에 자신의 마을을 떠나 고독한 싸움을 벌여야 했던 상계동 철거민들이 생각났다. 김동원 감독은 그 주민을 다큐멘터리로 찍어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월이 24년이나 지났는데, 그 올림픽이 자리를 옮겨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런던 올림픽보다 더 중요한, 우리들의 생존이 달린 올림픽이니 눈과 귀를 크게 열고 주목해야 한다. 특별히 이번 취재에서 촬영팀의 발이 되어주셨던 보라마을과 화밭마을 주민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부디 이 올림픽의 승자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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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