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기획공간 통]  글 : 송교성 sks07162@hanmail.net

 

108번 버스 종점의 광안리와 그 너머
광안리 사운드웨이브 페스티발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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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의 기억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사상구 주례에서 살았는데, 그때만 해도 저 먼 곳에 있던 광안리는 ‘까데기’의 천국이자 자유의 신세계였다. 1시간이나 걸리다 보니 가는 것 자체가 여행이었다. 다른 버스들보다 유독 108번 버스가 기억에 남는데, 그 이유는 서면과 경성대라는 도심을 거쳐서 광안리 바닷가로 가기 때문이었다. 화려하지만 금지된 것들이 많은 거리를 차창 밖으로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아무튼, 버스가 종점인 광안리에 다다를 무렵이면, 버스 맨 뒷좌석에 쪼르르 앉아 있던 우리는 슬슬 달아오르며 떠들기 시작했다. 여행, 해변, 자유는 상상만으로도 흥분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패스트푸드점에서 콜라를 사서 마신 뒤, 당시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였던 과일소주를 사다가 빈 컵에 부어 넣고, 해변을 거닐며 당당히(?) 빨대로 마셨던 일이다. 취하는 그 기분도 좋았지만 금지된 일을 행하는 그 자체가 매우 짜릿했다. 108번 버스 종점인 광안리에서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짝 더 내디뎠던 것이다. 규칙이나 규범에서 벗어나 해변이라는 탁 특인 공간 속에서 만끽하는 일탈의 시간. 우리는 그야말로 갑갑한 학교에서 벗어나 웃고, 떠들고, 놀고, 즐겼다. 물론 ‘같이 노래방 가실래요?’가 여러 차례 실패한 후, 다시 108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속해서 신발에서 쏟아져 나오던 모래처럼 해방감이 주었던 여운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끝났다고 생각하였다. 십수 년이 지난 지금 인생에서 어떤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은.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 제약도 거의 없어지며, 일탈이라는 단어가 더는 어울리지 않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방이나 자유의 개념들도 정치, 사회와 같은 좀 더 큰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을 뿐, 나라는 개인과는 연결되지 않게 되었다. 버스 종점이었던 광안리에서 희미하게나마 또 다른 너머를 보았던 사춘기 시절과 달리, 종점은 말 그대로 끝이라는 세상의 이치도 잘 알게 되었다. 물론 간간이 일탈의 기분을 내는 때도 있지만, 뭔가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미 누군가가 정해둔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 선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버스 종점에서 그 너머를 꿈꾸기보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들에 익숙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그야말로 짜릿한 시간의 연속이다. 보장되지 않는 삶은 물론이요,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태로움 가득한 젊은 혈기에 의지하고는 있지만,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직접 길을 만들어가며 걷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들과 어울려 만드는 생활기획공간 통의 여정이나 부산의 청년문화예술인/단체와 함께 하는 활동들은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누군가가 먼저 걸어간 길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유년시절 광안리의 기억보다 더 즐겁고, 유쾌하다.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험하고 만들어가기에 예측할 수 없는 코스이지만, 지금은 뒷좌석에 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운전대를 직접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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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점 너머를 꿈꾸는 사운드웨이브 페스티벌

 생활기획공간 통의 친구들도 참여했던 2011년 <회춘프로젝트>는 부산 청년문화가 생생히 살아있음을 알리며 나름의 끝을 맺었는데, 그 뒤에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었다. 부산대학교 주변의 청년문화단체들이 하나 둘 모여 ‘장전커넥션’이 결성된 일이나, 프로젝트를 통해 만났던 인연들이 웹진 ‘개념미디어 바싹’을 만들고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해 나가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활발한 교류와 네트워크가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지역문화지 안녕광안리, 대안문화행동 재미난복수(독립문화공간 아지트), 부산노리단, 생활기획공간 통 등 지역의 청년들이 뭉친 ‘부산 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가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 시작점이 자유와 일탈의 장소로 기억되는 108번 버스 종점, 광안리 해변이다. <사운드웨이브>라 이름 붙여진 축제가 8월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광안리 해변에서 진행된다. 록, 힙합,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릴레이 음악공연 무대와 퍼포먼스, 영상, 디제이 중심의 일렉트로닉 음악이 결합한 복합공연무대. 이렇게 두 개의 야외무대가 해변에 설치되어 다양한 공연들이 쉬지 않고 이어진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야외무대를 잇는 해변 모래사장에는 다양한 청년문화의 흐름을 살펴보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아티스트 라운지와 아트마켓, 컬쳐웨이브 부스가 가설되어 광안리를 찾는 시민과 청년문화예술인들이 함께 축제를 즐긴다. 푸른 바다와 뜨거운 태양, 빛나는 광안리의 야경 속에 맨몸으로 느끼는 청춘 100%의 열정과 자유가 광안리를 뒤덮는다.
 이 축제는 유명인을 '섭외'하여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부산의 젊은 예술가들의 ‘참여’로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열정들을 한데 뭉쳐낸 <회춘프로젝트>의 종점에서 그 너머를 꿈꾸며 출발했다. 거기에 부산뿐만 아니라 대구, 광주, 대전, 인천, 서울 등 국내 다른 지역과 홍콩, 도쿄, 후쿠오카, 상하이, 베를린, 뉴욕 등 국외의 여러 문화단체, 젊은 예술가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바탕으로 청년문화의 중심지로서 부산문화의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약간의 해방을 맛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던 때와 달리, 이제는 다음 정거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이번 종점은 또 어떤 종점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딜 가든 그곳이 종점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청춘일 것이다. 올 여름, 108번 버스 종점 광안리에서 같이 환승할 청춘들을 만나게 되기를!

 

<사운드웨이브> 페스티벌 뿐만 아니라 <청년문화아카데미-문화기획자양성 프로그램>, <그래피티 부산>도 함께 진행되는 청년문화수도 프로젝트가 궁금하신 분은 홈페이지( www.busanfesta.com) 혹은 페이스북 - BUSANFESTA 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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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어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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