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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디가는 작은편집장] 푸지게 한 판_ 축제는 무신 축제, 고마 시장이나 가자
글 : 조혜지(학생) esc2277@naver.com
사진 : 이장수 leeseeda@naver.com
“하이고마 됐다. 옆으로 나온나.”
플래카드 매듭을 푸는 느리고 투박한 손이 못마땅했는지 퉁명하게 한 대 쥐어박곤 제 손으로 야무지게 해 보인다. 플래카드 위엔 세 덩어리의 활자들이 펄럭인다. 작년 이맘때도 펄럭였던 역사가 있는지 군데군데 작은 곰팡이들이 예쁘게 피었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자갈치의 ‘갈’자가 없어도 안다. 후각이 남달리 발달한 자라면 또 안다. 아지매를 감도는 알싸한 쥐포 향이 느껴질 즈음이면 용두산 공원 아래 넓게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게 된다. 북적북적 사람 파도가 치고 용왕님이 힘껏 차려놓은 각종 수산물이 아지매들 손에서 헤엄을 치는 곳.
머쓱한 아재가 뒤로 물러서 멀끔히 행사장으로 눈을 돌린다.
“사랑하는 중구 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식전 행사가 시작됐다. 구청장을 서두로 각종 장들이 단상 위에 오른다. 흐하함 하고 아재가 지루한 하품을 시작할 때쯤 징 하나가 무대로 등장한다.
“징 하나 치는데 장갑은 와 끼는데”
예식용 장갑에 쥐어진 징채가 징징징하고 몸 둘 바를 몰라 한다. 티브이에서 자주 봤던 지역방송의 유명 엠씨(MC)가 죽어가는 분위기를 돋운다. 멘트 하나하나 그 절박함이 뚝뚝, 인정 많은 아재와 아지매들이 평소보다 과한 웃음으로 그의 말재간을 응원한다.
“입이 마 펄펄 살았네. 역시 꾼은 다른 기라. 그자?”
플래카드의 네 모서리 중 세 번째를 고쳐 매던 아지매가 대답한다.
“거 차에 가새(가위) 좀 가 오소.”
내빈석이 있는 마당에서 탈놀이를 하는 엉성한 말뚝이가 사자를 불러낸다. 근엄하게 앉아계신 내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으하하 연신 손뼉 치고 배꼽 잡는 아재와 아지매들 속으로 으르렁 달려간다. 고무장화에 고무 앞치마를 두르고 손에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방석 삼은 아지매들이 상석이다. ‘저기 머시라고’ 괜히 관심 없는 척 무심한 아재들은 멀찌감치 뒷짐만 섰다. 카랑카랑한 가을 바닷바람이 아재들이 만든 병풍 틈으로 들어온다. 귀끝이 빨개진 아지매가 아재의 두툼한 작업 점퍼를 단단히 여민다.
“가을이가, 겨울이가. 바람이 찹찹하네.”
“이따가 장에 간다카든데. 퍼레이드칸가 뭐신가 한다드라.”
대답 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맥없이 시작한 축제는 철 지난 연예인과 중구청장이 퍼레이드 카를 타고 떠날 때까지 맥을 다시 못 추고 끝났다. ‘사랑하는 중구 시민 여러분’을 앞세운 장(長)들이 해병대 전우회의 호위를 받으며 앞장선다. 차례로 상인회, 건어물 팀, 활어 팀 등이 뒤따른다. “활어! 활어! 출발해요, 출발!” 어깨를 떠미는 퍼레이드 가이드의 확성기 소리가 용두산 공원을 가득 채운다.
“엄마 시끄러워.”
품을 파고드는 아이를 안으며 엄마가 말한다.
“조개 사러 갈까? 유빈이 홍합 국물 좋아하제?”
고무장갑은 아이 손에 쥐게 한다. 뿌리가 시커먼 엄마의 노란 염색 머리를 베베 꼬며 방긋 웃는다. 금세 텅 빈 광장을 모녀가 걷는다. 지루한 축제를 끝내고 시장에 가는 길이다. 비가 보슬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