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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42호(2013.02)

[느근괘안나 네트워크]장영식의 사람이 한울이다 : 함께살자,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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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식의 사람이 한울이다



글·사진 : 장영식 paxraphael@naver.com

기획 : 웹진 룰루랄라 www.kpaf.kr


함께 살자


노동자가 땅 위에서는 살 수가 없어 하늘로 오른다.

노동자가 땅 위에서는 서러워 서러워서 하늘 길을 오른다.

철탑에 밧줄로 몸을 감고, 한 평도 되지 않는 널빤지에서

까만 밤을 지새우며 하얀 새벽을 맞는다.

마치 까치집과 다름없을 공간에서 비바람을 맞으며,

피똥을 싸며 새가 되어 고공에서 외친다.

대법원 판결과 노동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노동자는 언제든지 하늘로 오를 수밖에 없는 서러운 현실이다.

‘법을 지키라’는 노동자는 하늘을 오르고,

법을 위반한 기업은 법 위에 군림하는 모순된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하늘에서 먹고 자며 피똥을 싸고 있는 동안

전국의 또 다른 노동자들이 새벽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오른다.

하늘을 오르는 노동자들이 외치는 소리는 똑같다.

“법을 지켜라.”

“합의를 이행하라.”

“범법자를 처벌하라.”



힘듭니다


그는 대선이 끝난 12월 20일(목) 한밤중에 노조사무실로 들어와 피곤한 몸을 쓰러지듯 누웠다.

다음 날 아침, 대여섯명의 노조 간부들은 노조원들에게 아침 선전전을 하기 위해 정문 앞으로 갔다.

선전전을 마친 간부들이 아침 8시30분에 건물 4층에 있는 노조회의실로 왔을 때,

비상 소방용 기구에 스카프로 목을 맨 동료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긴급 호송했다.

의료진들은 노동자를 살리기 위해 1시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오전 9시 41분에 끝내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넜다.

그가 바로 다섯살과 여섯살박이 아이를 둔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이다.

그의 휴대폰과 자필로 남긴 유서에는 노동자의 삶을 앗아간 158억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손배소와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 자본에 대한 증오가 가득했다.

그는 돈이 전부인 세상에서 돈이 없어서 더 힘들다고 했다.

끝내는 “졌다.”, “힘듭니다.”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그가 세상을 떠난 후, 노동자와 시민활동가 네 분이 그의 뒤를 따랐다.

부디 절망의 한을 넘고 넘어 해방의 봄을 부르며,

거침없이 피어나는 민들레로 환생하시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