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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38호(2012.06)

[이수정의 문화체험 비스킷]백수들의 실험실,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샹그리아 8일장을 가다

 [이수정의 문화체험 비스킷]

백수들의 실험실,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샹그리아 8일장을 가다

기획 : 이수정 likeit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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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들의 실험실, 생각다방 산책극장의 샹그리아 8일장을 가다

 

마츠모토 하지메는 그의 저서 ‘가난뱅이의 역습’에서 두 가지 삶의 방식을 언급했다.
1) 사회를 위해 고생이 되더라도 노력한다. → 세상이 나아진다 → 떡고물을 얻어 먹는다
: 우수한 노예가 되어 부자들을 먹여 살린다.
2) 하고 싶은 일을 한다 → 좀 곤란한 일에 부딪힌다 → 몸부림친다 → 어떻게든 된다.
: 이거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적인 방식이며 삶의 정수이다.

 

어느 날 2)의 삶의 방식을 택한 두 여자는 “가난한 삶”을 실험하기 시작했고, 그 백수들의 실험실은 생각다방 산책극장이라 불리우게 되었다.

 

일단 저지른다 - 샹그리아 8일장 첫번째 방문-

 

어디 재미있는 곳 없나~ 지난달 지하철 예술단에서 취재를 가장한 데뷔무대를 가졌던 기자 이수정은 4월의 어느 날, 에스엔에스를 통해 퍼져나가고 있는 생각다방 샹그리아 8일장 포스터를 발견했다.

 

아! 이거다 하는 느낌 팍팍. 취재허락을 받은 후 사전조사에 들어갔는데 조사를 할수록 의문만 늘어났다. 백수들의 실험실이라고? 생각다방을 방문하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며 몇 가지 오해와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첫 번째. 생각다방 산책극장은 어떤 공간일까. 바깥에서 보면 대안공간이라고도 하는 정체가 불분명한 이곳. 다방주인 희요와 이내가 답해주었다. “이곳은 목적 없이 놀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정의하고 분류하고 목적하지 않는 공간! 어떤 곳이냐 물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생소한 답변이었다.

 

두 번째. 이곳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밖에서 밥 사 먹고 커피 사 먹고 하는 돈 너무 아깝다! 모아서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자. 그렇게 생각다방 산책극장이 탄생하였는데 공간이 만들어지니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고. 이렇게 이루어지는 만남을 위해 가난을 선택한 백수와, 아직 가난이 두려운 이들이 모여 하나둘 하고 싶은 것들을 실천해나갔다. 이번 샹그리아 8일장은 희요, 이내와 세 친구들이 산티아고에 가기 위한 행사다. 이수정도 하고 싶었으나 혼자서는 망설였던 것들을 그들은 거침없이 해나가고 있었다.

 

문제가 생긴다 - 샹그리아 8일장 두 번째 방문-

 

일단 저지른다! 일단 다방을 방문한 결과 8일장 3일째 행사인 ‘녹색그린파티’의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었다.
환경과 관련한 뜻있는 영화와 영화제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파일을 구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고민 끝에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2006)을 선정하였으며 작품 소개와 선정이유, 그리고 영화 감상 후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준비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상영을 위해 필요한 생각다방의 노트북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실험이 이렇게 실패될 줄이야. 안타까웠지만 실패 또한 실험의 한 과정임을 금방 깨닫게 되었다.

 

몸부림을 친다, 어떻게든 된다 - 샹그리아 8일장 세 번째 방문-

 

우여곡절 끝에 나는 8일장 마지막 날 열리는 홍갑식당의 직원이 되기로 했다. 요리를 접시에 옮겨 담고 파전을 자르고 접시를 날랐다. 설거지도 나의 몫.
파티 “홍갑식당의 씨앗이 되어주세요!”는 밥값 3000원과 후원금 만원 이상을 필히 지참하여야 하는데, 이 후원금은 희요와 이내가 산티아고를 다녀와서 열게 될 홍갑식당의 씨앗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저녁식사는 음식만 내어 놓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함께 내어 놓기 때문에 더욱 풍성한 것임을 깨닫는 저녁, 정성스런 식탁에서 피어나는 대화가 무엇보다 값지다. 어느새 나도 다방 사람이 다 된 것일까? 날짜 미정의 홍갑식당 개업이 기대된다.

 

다방을 사랑하는 단골손님 박조건형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다방은 ‘즉흥성의 공간’이다. 그럴싸하고 멋있는 것들만 찾는 것이 아니라 작은 벌임들, 작은 놀이들, 작은 행동 속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즉흥성의 공간!
나는 그곳에서 공간을 창조하는 법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실험하는 법을 배웠다.

 

다방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일이 잘 풀린다고 하니 지금 백수인 사람, 가난을 사랑할 용기가 있는 사람, 모두 8월에 생각다방을 방문하는 계획을 가져보자. 다방 방문을 위한 마음의 자세는 다음과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 ㅡ> 좀 곤란한 일에 부딪힌다 ㅡ> 몸부림친다 ㅡ> 어떻게든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