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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기/45호(2013. 08)

[느그괘안나 네트워크]지역 잡지 통신 _ 섬이 부른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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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잡지통신>

섬이 부른다. 그 섬에 가고싶다


글 : 인천 '월간옐로우' 최강석(월간 옐로우 기자) antipause@hanmail.net

사진제공 :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



  섬!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배를 갈아타고 뱃길을 달려가야만 가닿을 수 있는 물리적인 거리다. 하지만 육지에서 멀어질수록 복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난다는 생각에 마음은 한결 홀가분해진다. 일부 낙도를 제외하곤 그런대로 배편이 잘 마련돼 있어 체감하는 거리 또한 훨씬 줄어들었다. 그 섬에 가면 여름 피서의 백미, 해수욕과 산행을 즐길 수 있고 지친 심신을 달래줄 여유와 낭만이 있다. 또 그 섬엔 찬란한 일출이 있고 황홀한 낙조가 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섬, 문갑도(文匣島)

 

  덕적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8km 떨어진 문갑도 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리고 하루 두 번 나래호가 운항중이다. 문갑도는 섬의 형태가 선비들이 책을 읽는 문갑(文匣)과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인천부에 속했으나 지난 1914년 부천군에 편입됐다가 1973년 옹진군 덕적면으로 편입됐다. 섬은 전체 해안 길이가 11km, 면적은 3.5k.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섬 동남쪽 해안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40여 가구에 80여명이 살고 있다. 둘러보는데 30분이면 족한 원 포인트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은 악산(嶽山)이라고 했다. 그리 높지는 않되 바위가 많고 가팔라 그리 말하는 듯하다. 산을 오르려면 네 갈래 코스가 있어 어느 들머리를 잡든 마을을 내려다보며 일주할 수 있다. 코스 중간에 당너머, 소 떨어진 낭, 할미염뿌리, 진모래로 내려갈 수 있지만 다시 올라와야 한다. 일부 해수욕장을 제외하곤 아직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해안이 많아서 바다와 산을 아우르는 코스가 아쉽다. 하지만 어떠랴, 자연식생과 바다풍광 그리고 멀리 덕적 섬 무리를 감상하며 걷는 호젓함이 있다.

 

  등산로는 마을을 중심으로 서북쪽의 깃대봉과 진모래해변, 그리고 채나무골이 주로 이용하는 코스이다. 현재 등산로는 잘 정비돼 있고, 한적한 트래킹 코스로 경사도 완만해서 가족단위 등반도 가능하다. 문갑리 마을에서 30여분 산을 올라 깃대봉(해발276m)에 서면 서해 바다 섬들이 점점이 누워 쉬고 있다. 남으로 선갑도, 지도, 울도, 백아도가 서쪽으로 선단여와 굴업도, 동으론 이작도, 승봉도가 북으로 덕적도, 소야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일대 장관을 연출한다. 문갑도의 산행은 두어 시간이면 족하다. 해질 무렵 멀리 굴업도 너머로 황홀하게 내려앉는 낙조는 덤이다.

 

  마을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 걸어 작은 언덕 하나를 넘으면 300m가량 고운 모래가 드리운 한월리 해수욕장이 있다. 다시 북으로 또 하나 작은 언덕을 넘으면 뒷모래 해수욕장이 어서 오라 반긴다. 섬 북쪽 진모래 해변은 말굽모양으로 들어앉아 아늑함이 있고 태고 적 신비를 머금은 원시림이 아직 남아있다. 섬 전체를 꼼꼼히 돌아 봐도 3시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자그마한 섬이다. 문갑도는 예로부터 덕적팔경의 하나로 꼽았고 문갑풍월이라 해서 그 경치를 뽐냈다.

 

  바닷가 모래사장을 찾는다면 단연 문갑도의 동쪽 해안이다. 마을 앞 문갑 해수욕장, 북쪽 할미염뿌리를 지나 한월리 해수욕장이 나온다. 해수욕을 즐기기엔 그만인 고운 입자의 모래가 펼쳐져 있다. 문갑 해수욕장에는 장대를 박아 만든 가두리 그물이, 한월리 해수욕장 오른 편엔 돌로 쌓아 만든 독살이 남아있다. 두 해수욕장 모두 종패를 뿌린 바지락을 채취할 수 있으며 어촌계에서 1인당 3천원의 체험비를 받고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장실과 샤워장을 갖춰 해수욕과 캠핑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이른 아침 문갑해변에서 보는 일출도 장관이다.

 

  어루너머, 당너머, 소 떨어진 낭 등 이색적인 이름이 붙여진 서쪽해안은 갯티로 형성되어 있다. 작은 해수욕장이 있지만 여름 한철을 제외하곤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비교적 평평한 암반이 있어 바다를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보기에 그만이다. 일부 낚시객들이 즐겨 찾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문갑도 남쪽 해안은 선착장과 방파제가 있어 마을로 향하는 길목이다. 500미터의 방파제를 따라 핀 해당화 길은 담소를 나누며 걷기에 더 없이 좋다.

 

  해변의 염생식물이 적은 대신 깊은 산중에서나 볼 수 있는 정영엉겅퀴가 있으며 나비의 종류도 산제비나비부터 배추흰나비까지 해안에 소사나무와 깃대봉 근처의 팥배나무 등이 집단 서식한다. 문갑도의 식물들도 여타 부근의 섬들처럼 외래종 몇 종이 이미 토착화되긴 했으나 자연경관과 식생이 잘 보존돼 있는 편이다. 야생식물과 산나물, 약초 등이 자생하며 산에서 내려오는 개울에는 가재와 도마뱀, 도둑게 등이 쉽게 발견된다. 생태체험의 학습장으로도 제격이다.

 

  문갑도는 하루 일정으로 아침 배를 타고 들어와 오후배로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숨 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면 하루쯤 묵어가는 것도 좋다. 민박집 주인장의 질박한 정과 넉넉한 인심을 만날 수 있을 테니. 자 어떠신가, 마음 한 자락 벌써 서해 바다로 내달아 문갑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신가.

 

문갑도 가는 길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덕적도 행을 타면 1시간 10여분이 소요된다. 덕적도에서 차도선 나래호로 갈아타고 20~30분을 가면 문갑도에 닿는다. 평일은 1회 운항, 주말엔 두 번 들어간다.


문의: 홈페이지 blog.naver.com/moongabdo

고려고속훼리 1577-2891